1997년 외환위기 시절 무너져가는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등장했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부실채권정리기금이 22일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한다.
캠코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용을 22일로 종료하고 청산 기일인 내년 2월22일까지 잔여재산을 각각 출연기관에 출연비율에 따라 반환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외환위기로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설치한지 15년 만에 임무를 마치게 된 것이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은 1997년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삼미, 진로, 대농 등 대기업들이 도산위기에 처하면서 정부 등의 출연으로 마련된 39조2,000억원의 공적자금이 시작이다. 캠코는 이 기금으로 180여개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111조6,000억원을 인수한 뒤 되팔아 투자금보다 많은 총 46조7,000억원을 회수했다. 동아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등이 대표적인 성공적 매각 사례로, 이를 바탕으로 지원금 대비 119%의 회수율을 기록하게 됐다. 비슷한 공적자금을 운영했던 미국(회수율60%), 일본(17%)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회수율이다.
당시 또 다른 공적 자금이었던 예금보험공사의 예보기금(110조9,000억원)은 운용기간이 앞으로도 15년이나 남았다고 하지만 현재 회수한 자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9조원에 불과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 두 자금은 성격이 달라 회수에서도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캠코는 부실채권을 낮은 시가로 인수해 회사가 성장하도록 돕는 차원이었다면 예보는 누구도 인수하지 않아 파산직전에 있는 금융사를 출연 또는 예금대지급 방식 등으로 제 가격에 인수해 금융혼란을 막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회수율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캠코의 기금은 부실기관의 안정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부실기업 매각 속도가 지지부진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아직도 채권 원금 기준으로 16조원이 아직 매각되지 못한 상태다. 장영철 캠코 사장은 "정부는 반환 받은 지분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없기에 다시 전문기관들에 위탁운영에 맡겨 추가 매각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캠코는 기금 운용 결과 발생한 잉여금 7,000억원을 재원으로 신용회복기금을 설치해 금융소외계층을 돕는데 활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국가경제의 상시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경제안전판으로서 공적 책무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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