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토크쇼 '힐링캠프'가 '구나'병에 걸렸다. 개인적 스캔들이나 구설수에 올랐던 연예인들의 일방적 해명에 진행자들이 "그랬구나"를 연발하면서 면죄부를 남발한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당초 제작의도에서 한참 벗어나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코미디언 조혜련이 출연한 12일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글 수십 건이 올라왔다. 과거 일본 방송에 출연해 한국을 비하했던 발언들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이혼과 '독도는 우리땅'을 일본 히라가나 교육용 노래로 개사한 것만 부각시켰다는 것.
시청자들은 '그간의 잘못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지 않고 은근슬쩍 자신이 출연하는 '정글의 법칙W'을 홍보했다' '돈벌이를 위해 한국을 비하한 연예인에게 자기변론의 시간을 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청자는 '한국 개그는 주로 몸개그인데 발전하면 지금 일본 개그처럼 되겠죠' '아나운서인 한국 친구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려고 아나운서를 한다' 등 조혜련의 한국 비하 발언을 정리해 올리기도 했다.
19일 프로야구 선수 이승엽 출연분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았다. 이승엽은 "중학교 후배한테 데드볼을 맞았는데 사과를 안 했다. 계속되는 위협구로 화가 나 처음으로 야구장에서 주먹을 날렸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발언으로 당시 멱살잡이를 했던 서승화 선수는 빈볼을 던져 난투극을 유발한 주범인 것처럼 인식됐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 서승화 선수는 등판하지 않았고 다른 선수들과 같이 경기장으로 뛰쳐나갔을 뿐이다. 때문에 '스타급 선수에게 해명 기회를 주기 위해 이미 선수생활을 중단한 서승화에게 또 한 번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힐링캠프'의 면죄부 논란은 과거에도 이따금씩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유예된 권지용을 고작 4개월 만에 출연시켜 "대마초인지 몰랐다"는 다소 어이없는 해명을 들었다. 싸이 출연분(8월 13일)은 '나라에서 금한 담배(대마초) 좀 피웠다며 당당하게 말하거나 병역특례 부정사건으로 재입대 해놓고도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등 싸이의 태도를 보며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는 비난이 집중됐다. 시청자 권영준씨는 "자신의 범죄행위를 술집에서 무용담 늘어놓듯 떠벌리는 것을 지상파에서 방송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최근 '힐링캠프'는 게스트 홍보에 무게를 두면서 점차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시청자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인물들의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나와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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