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버스업체들이 22일 새벽 4시30분 첫 차부터 무기한 운행을 중단하기로 해 교통대란이 우려된다. 정치권이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한 데 반발, 버스업계가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전국적인 버스 운행 중단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전국 17개 지역조합이 22일 첫 차부터 무기한 버스 운행을 중단키로 했다"면서 "정치권이 공급 과잉으로 발생한 택시 문제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려 하는데 이는 대중교통 이용 불편과 요금 증가만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마을버스, 시외버스 4만8,000여대가 운행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운송수단 중 버스의 수송부담률은 31.3%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어서 큰 불편이 예상된다. 서울과 경기지역의 경우 하루 버스 이용객은 각각 460만명, 506만명이다.
정부는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열고 버스 운행 중단에 대비해 지하철 운행 횟수와 시간을 늘리고, 서울 600여대 등 전국에서 7,600여대의 전세버스를 투입하기로 하는 등 비상 수송대책을 마련했다. 각급 학교는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고,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출근시간을 1시간 늦추기로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에 앞서 전체회의를 열고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택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22일이나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택시는 대중교통수단으로서 법적 지위를 얻게 된다. 이 경우 택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각종 정책 및 재정상의 지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데, 택시업계는 버스업계(연간 1조4,000억원) 수준에 근접하는 추가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택시업계는 현재 연간 7,600억원 규모의 유가보조금과 부가가치세 지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법안 통과에 앞서 "버스업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지만 개정안 상정을 미룰 수가 없었다"고 말했고, 민주통합당 전해철 의원도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한 것은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은 불투명하다. 버스업계의 반발이 거센데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법안 처리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긴급 장관회의를 열고 법안의 본회의 상정 보류를 국회에 요청했다. 김 총리는 "이해관계인 간 대립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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