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로 전기요금을 못내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촛불을 켜놓고 잠을 자던 할머니와 손자가 화재로 숨졌다.
21일 새벽 3시48분쯤 전남 고흥군 도덕면 신양리 주모(60)씨의 집에서 불이나 안방에서 잠을 자던 주씨의 부인 김모(58)씨와 외손자(6)가 숨졌다. 주씨도 얼굴 등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은 목조 기와주택 60㎡ 가량을 태우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1시간20여 분만에 진화됐다.
주씨는 경찰에서 "잠을 자다가 방 한 켠에 불이 붙고 있어 뒷집으로 가 화재신고를 부탁하고 돌아왔더니 아내와 손자가 침대 매트리스 위에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딸의 생활형편 등을 고려해 외손자를 호적에 입적하고 키워온 주씨는 6개월 동안 전기요금 15만7,740원을 내지 못해 지난달 30일 한전으로부터 전류제한 조치를 받았다. 전류 제한조치는 3개월 이상 전기요금 체납으로 단전 대상이 된 저소득 가구에 전류 제한장치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전류 제한장치를 사용하면 20w 형광등 2개, 25인치 TV 1대, 150ℓ짜리 냉장고 1대를 사용할 수 있지만 순간 전력 220w를 초과하면 전기 공급이 차단된다.
경찰은 "새벽 3시쯤 손자가 소변을 보고 싶어해 아내가 촛불을 켰었다"는 주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고흥=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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