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전남 광양시와 경남 하동군은 예로부터 왕래가 잦고 생활권이 같아 역사적ㆍ문화적 동질성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연간 30억 원대의 수익을 안겨주는 섬진강 명물인 재첩 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이들을 갈라놨다. 원래 합의된 경계선이 있으나 재첩 수확이 줄자 서로 경계선을 넘어와 작업하면서 마찰이 빚어졌다. 양쪽 주민들이 지난해 말 공생발전협의회를 만들어 화해에 나섰고, 반목해선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재첩 채취 경계수역 문제를 해결한 두 지자체는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상생 방안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오는 30일 경기 고양시에서 공동장터를 열고, 내년부터는 광양과 하동에 상대지역 관광지를 홍보하는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섬진강 포구 80리 둘레길 조성, 경전선 폐철도 공동 활용, 매실산업 공동 육성 등 다양한 협력방안이 쏟아져 나왔다.
강원 춘천시와 홍천군은 최근 혐오시설인 화장장을 공동으로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두 지역의 경계에 화장장을 짓고, 예산은 인구 비례에 따라 69억 원과 25억 원씩 분담키로 했다. 화장장이 행정적으로 속한 춘천시는 예산 절감과 함께 운영이익과 고용 혜택을 얻게 됐다. 따로 화장장 건립을 추진했으나 건설비와 부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홍천군은 예산을 적게 들이고도 화장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서로 '윈윈'하게 된 것이다.
지방화 시대가 정착됐지만 지자체간에 협력과 상생보다는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폐쇄적인 지역이기주의와 예산ㆍ자원 부족, 권한의 미조정 등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혐오시설을 둘러싼 님비현상은 고질적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2010년까지 지자체 간 분쟁은 259건으로 매년 17건 꼴이다. 이 중 상당수는 화장장, 납골당, 쓰레기처리장 같은 님비시설이다. 지자체 사이에는 서로 협력하면 '윈윈'할 수 있는 사업이 얼마든지 있다. 광양과 하동, 춘천과 홍천의 사례는 지자체가 지혜를 모으고 서로 합리적으로 주고 받으면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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