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0월을 소춘(小春)이라고 한다. 문자 그대로 작은 봄이라는 뜻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는 기간에 봄날처럼 따뜻한 날씨가 한동안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겼다. 가을에 한동안 비가 오지 않고 따뜻한 날씨를 가리키는 인디언 서머와도 비슷한 말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소춘 날씨와 달리 요즘은 기후 변화와 기상 이변이 하도 심해 세시풍속이나 절기에 관한 속설이 무색해 보인다.
■ 오늘은 음력 10월 9일이니 소춘의 한복판으로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소춘이라는 말에 딱 어울리게 오늘은 소설(小雪)이기도 하다. 첫눈이 내린다는 날인데, 지역에 따라서는 이미 첫눈이 내린 곳도 있다. 평균 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면서 바야흐로 추위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 농사가 잘 된다고 한다. 그런 마음으로 첫 추위를 이기면서 김장이라는 긴 겨울 양식을 준비하는 게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상이었다.
■ 이 무렵에 부는 바람을 손돌바람, 추위를 손돌추위라고 부르는 것은 조선 시대 이괄(李适)의 난 당시 억울하게 죽은 뱃사공과 관계가 있다. 이괄의 반란군을 피해 인조가 한강을 건널 때 손돌이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물살이 센 곳으로 배를 몰아가자 인조는 이를 의심한 끝에 참수토록 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손돌은 죽기 전에 바가지를 강에 띄우고, 이 바가지를 따라가라고 했다. 과연 인조 일행은 바가지를 따라가 무사히 강을 건넜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 무렵에 부는 바람의 별칭이 손돌바람이 됐다.
■ 오늘은 추수감사절이기도 하다. 한 달도 전에 추석을 보냈는데 우리와 무슨 관계냐 싶지만, 교회를 중심으로 추수감사절을 쇠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에선 11월 넷째 목요일, 캐나다에서는 10월 둘째 월요일이 추수감사절이다. 미국에서는 다음날인 금요일을 휴무로 해 나흘간 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11월 셋째 일요일, 올해에는 18일에 이미 추수감사절을 치렀다. 소춘에 김장을 담그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외국 풍속을 따르는 사람들은 늘고 있으니 소춘이라는 말도 곧 잊힐 것 같다.
임철순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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