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쇼핑 1 번지로
명동만 매장 80개 4년새 4배
외국인 방문객이 80%나 차지
전용공간·국제배송 서비스도
초고가 결혼상품도 OK
1980년대생 바링허우 대상
500만원 웨딩촬영 '불티'
제주도서 1억 넘는 허니문도
"한국 드라마에서 결혼식 장면을 봤는데 너무 예뻤어요. 평생 남는 사진을 가장 멋지게 찍고 싶어 웨딩의 메카인 강남을 찾았어요."
10월 중국의 국경절 연휴 웨딩드레스숍과 사진 스튜디오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 일대에는 중국의 예비 신혼부부 커플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화장은 송혜교처럼, 웨딩드레스는 고소영 스타일로 해주세요"라며 '강남 스타일' 웨딩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 웨딩관광객들이다.
중국의 한류 바람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이젠 한류를 넘어 한국사람처럼 입고 먹고 행동하는 '한풍'(韓風)으로 진화하고 있다. 웨딩업체 아이웨딩네트웍스가 지난 국경절 연휴 기간 받은 중국인 커플은 50여 쌍이다.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으로 1980년대 태어난 바링허우(八零後)들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면서 1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중국 웨딩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소황제 소공주로 불리며 풍요롭게 자란 이들이 결혼식에 투자하는 비용이 점차 늘면서 중국 웨딩산업은 매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고급스러운 한국 스타일의 웨딩문화를 적극 소비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한국에 웨딩촬영을 나온 커플은 첫날 마음에 맞는 드레스를 골라 가봉을 하고, 다음날 미용실에 들렀다가 스튜디오에서 꿈에 그렸던 사진을 찍는다. 웨딩업체 관계자는 "그들은 드레스를 고를 때도 자신의 스타일보다는 어느 연예인이 입었던 스타일인지를 더 중요시한다"며 "한류 스타가 다닌다고 소문난 뷰티숍은 스타를 만날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에 예약이 힘들 정도로 몰린다"고 말했다.
이들이 찾는 일반 웨딩촬영 상품 가격은 500만원대. 호텔과 항공료, 쇼핑 등을 포함하면 1,0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웨딩관광객 일부는 강남에서의 사진촬영과 함께 가까운 친지를 초대해 제주에서 결혼식을 치르기도 한다. 가족과 친구 등 30명 가량 초대했을 경우 드는 비용은 1억원이 넘는다. 제주 관광과 쇼핑을 겸해 찾는 이들의 결혼식은 뒤풀이 느낌의 축제처럼 진행된다. 엄숙한 의식이라기보다 식 중간에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흥겹게 즐긴다고 한다.
한풍의 바람은 쇼핑으로도 전이된다. 서울 관광 1번지인 명동의 변화가 이를 증명한다. 금융의 거리였던 명동은 최근 몇 년 사이 중저가 화장품 가게들이 줄지어 선 패션과 뷰티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명동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인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매장들이다.
현재 명동상권에 들어선 화장품 매장은 26개 브랜드 80여 곳에 이른다. 2008년 21개 매장만 있었으니 4배나 늘어난 수치다. 이들 화장품 매장 고객의 대다수가 외국인관광객이다.
최근 오픈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의 경우 하루 평균 방문객이 2,700여명. 이중 80%가 외국인이다. 연휴 때는 하루 5,000명 넘게도 찾는다. 이곳은 아예 2층에 따로 외국인전용 쇼핑공간을 마련했다. 외국어를 하는 도우미 30여 명이 대기하고 있고, 간단한 음료 제공과 함께 선물포장, 국제 배송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페이스샵 명동점은 중국어를 하는 직원을 대폭 늘려 중국관광객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명동 매장의 경우 예전 일본인 관광객이 70% 이상이었는데 1,2년 전부터 중국인관광객이 크게 늘어 이젠 5대5의 비율로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판매장은 한국 연예인을 적극 활용하는 마케팅을 펼친다. 간판보다 더 크게 연예인 사진을 내걸고, 실제 크기의 사진을 세워놓거나 매장 가득 포스터를 붙여놓아 '포토존'으로 활용한다. 일부 매장에선 실물 크기의 연예인 밀랍인형을 전시하기도 한다.
유통업 매출이 주춤했던 올 한해 국내 면세점의 국산품 매출은 화장품과 패션잡화 등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60% 이상 증가했다. 이는 수입 면세품 매출보다 3배 높은 수치다. 면세점 국산품 매장의 가장 큰 고객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롯데면세점 본점의 경우 1인당 평균 구매 금액이 90만원으로 일본인(50만원)이나 내국인(30만원)보다 월등히 높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 드라마 영화 등의 인기에 힘입어 한류 스타나 한국식 스타일을 따라 하려는 외국인이 많아져 한국의 화장품이나 패션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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