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버스업체들이 22일부터 무기한 운행을 중단하기로 결의한 가운데 21일 시민들은 '버스 대란'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장 출퇴근과 등하교에 불편이 예상되는 시민들은 버스업계의 결정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키는 법안 상정을 강행해 이번 사태를 불러온 정치권과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정부를 비난했다.
지하철 등 버스를 대체할 교통수단도 마땅치 않은 주민들은 특히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 강북구 번동 주민 강석진(75)씨는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30분 이상 걸린다"며 "고지대 주택가라 평소 이곳에는 택시도 잘 다니지 않는데, 버스업자들이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서민에게 불편을 주는 건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로구 구기동 주민 임모(48)씨는 "고2 딸아이의 등하교가 당장 걱정"이라며 "임시방편으로 학교까지 차로 태워주기로 했지만 며칠이나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하철역까지 차로 15분 거리에 거주하는 금천구 시흥동 주민 최상례(55)씨는 "버스도 20~30분에 1대씩 다닐 정도로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이라 버스 운행이 안 되면 꼼짝없이 발이 묶이게 생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도 근심이다. 성북구에 사는 회사원 송종훈(31)씨는 "집에서 강남에 있는 회사까지 버스로 30분이면 출근이 가능한데 지하철을 타면 1시간 이상 걸린다"며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인천에서 서울 강남의 회사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근하는 이모(36)씨는 "그렇지 않아도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 콩나물 시루라 버스를 이용했다"며 "버스 운행 중단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로 몰리면 출근하는 동안 진이 다 빠져버릴 것 같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일부 시민들은 "어느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회사원 허우희(22)씨는 "지금도 버스 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버스업계의 우려처럼 버스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 경우 버스 서비스의 질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택시를 쉽게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정치권과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컸다. 회사원 조모(28)씨는 "버스업계의 반발이 불보듯 뻔한데도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충분한 토론 없이 법안을 밀어붙인 정치권이나, 버스업계를 설득하지 못하고 뚜렷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정부가 한심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강북구 수유동 주민 김호윤(58)씨는 "버스 운행 중단 자체를 비난하기보다는 정치권과 업계,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버스업계의 만성 적자와 택시업계의 수입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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