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싸움에서 지난 9월 애플 승리로 끝난 예비판정을 다시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20일 외신에 따르면 미 ITC는 애플의 손을 들어준 지난 9월의 예비판정에 대한 삼성전자의 재심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애플이 데이터 변환, 음악 데이터 저장 방법 등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 해외에서 만든 애플 기기를 미국에 수입 금지하도록 제소했다. 하지만 ITC는 9월 예비판정에서 애플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고, 관세법 337조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따라서 삼성은 애플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 ITC에 재심을 청구한 것이며, ITC 제소에서 이길 경우 애플과의 다른 특허소송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그만큼 삼성전자로서는 이번 재심의 신청이 갖는 의미가 크다.
이번 ITC 재심의에서 중요한 것이 관세법 337조인 국내 산업 요건이다. 법 침해 여부를 따지는 법원과 달리 ITC는 국내 산업 요건을 중시한다. 국내 산업 요건이란 특허 침해로 미국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즉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특허 침해로 손해를 입어 미국 내 투자나 고용, 사회공헌 활동을 줄이는 경우다.
당시 ITC는 삼성전자의 특허와 관련 있는 미국내 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이는 곧 삼성전자의 특허가 미국 산업에 기여하는 게 없다고 본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재심의에서 미국 산업 기여를 집중 강조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내놓아 판매 인력을 늘리는 등 미국 내 고용 창출 및 미국 법인의 마케팅 투자 등을 강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만약 ITC가 내년 1월14일 최종 판결에서 삼성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 기기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거나 애플에 손해배상 명령을 내리게 된다.
한편 애플도 삼성전자가 표준특허를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프랜드(FRAND) 조항을 지키지 않았다며 재심의를 신청했다. ITC는 예비 판정에서 삼성전자의 프랜드 조항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ITC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제소한 2건의 특허 침해에 대해 9, 10월 모두 애플에 유리한 예비판정을 내렸었다. 삼성전자가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특허를 침해했다는 애플 제소에 대한 최종 판결은 내년 2월에 나올 예정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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