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의 비리수사 실마리가 된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55)씨의 차명계좌 700여 개에 대해 경찰이 추가조사에 들어가면서 조씨의 사망여부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 모임에는 조씨의 생존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제보도 잇따른다. 경찰은 중국에서 발급된 사망진단서, 화장증, 참석자가 촬영한 장례식 동영상을 근거로 지난해 12월19일 조씨가 중국 칭다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지난 5월 밝혔지만 '위장 사망'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20일 "지난달 사망진단서, 화장증 등은 진본이 맞다는 중국 공안당국의 회신이 왔지만 이를 발급한 관계자의 진술 조사 여부에 대해선 아직 답변이 없다"며 "이들이 조씨 측에 매수돼 서류를 허위로 발급했을 수도 있어 생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조씨의 생존설이 계속 나오자 지난 9월 중국 공안에 사망진단서 등 서류의 진위 여부와 서류 발급자를 조사해달라고 의뢰한 바 있다. 검찰도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을 통해 조씨의 생사를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지난 8월 중국 공안 측에 보낸 데 이어 조씨를 찾아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조희팔 사기사건 피해자 1만여 명으로 구성된 '바른가정경제실천을위한시민연대'(바실련)에는 경찰의 사망 발표 이후 조씨가 살아있다는 제보가 10여건 들어왔다.
강문정 바실련 기획팀장은 "최근에는 조씨가 광저우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다른 사업을 벌여 세를 확장하려 한다는 증언이 있다"며 "제보들을 종합해보면 조씨가 은둔지를 한 곳만 정한 게 아니라 이곳 저곳 옮겨 다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강 팀장은 "조씨의 자금 세탁 담당으로 알려진 조카 A씨와 다른 측근들이 최근까지도 한국과 중국을 바삐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씨를 도우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왜 그러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단체는 중국 공안이 조씨에게 매수돼 측근 강모 최모씨만 한국 경찰에 넘기고 조씨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투자자 3만여명에게 피해를 입힌 다단계 사기사건의 주범인 조씨의 은닉자금을 추적, 700여개 차명계좌에서 780억원을 찾아냈지만 피해자들은 은닉자금이 8조원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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