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검사로서 부끄러워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
서울고검 부장검사급 김광준 검사의 수뢰 사건이 알려진 후 사석에서 만난 한 검찰 고위 간부의 말이다. 그는 김 검사가 몇년에 걸쳐 전국 각지에서 10억원 가까운 돈을 차명계좌를 통해 '대놓고' 수수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이 간부뿐만이 아니다. 대다수 일선 검사들은 "참담하다"는 말로 심경을 토로했다. 검찰 내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조직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는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아우성에는 자기 반성이 빠져 있다. "김 검사 때문에 검찰이 비난을 받게 됐다. 큰일이다", 이렇게는 말하지만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번 사건을 '물 흐린 미꾸라지' 같은 김 검사의 개인 비리로 치부하고 싶은 동료 검사들의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그들은 김 검사 역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까지 지낸,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검사라는 사실에는 애써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힘이 세다. 힘이 있는 곳에는 유혹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검찰의 내부감찰 등 자정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능력도 의지도 없는 감찰"이라고 표현했다. 유사 사건이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검찰은 애당초 미꾸라지가 살 수 없는 깨끗한 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지난 19일 "국민께 사죄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시큰둥하다. 검찰의 신뢰 추락은 조직 수장의 사과 한 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검찰은 내부 비리뿐 아니라 그간 내곡동 사건 등 수사에서도 권력에 대한 눈치보기로 이미 국민의 믿음을 잃은 상황이다.
결국 검찰이 할 일은 한 가지밖에 없다. 고유 업무든 조직 윤리든, 미꾸라지가 살지 못할 깨끗한 물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구체적 방안을 내놓는 것이다. 한 총장은 "뼈저린 반성과 성찰을 통해 전향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그 말대로 할지, 국민들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
남상욱 사회부 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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