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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재능·꿈이 있어요… 꾸짖지만 말고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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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재능·꿈이 있어요… 꾸짖지만 말고 도와주세요"

입력
2012.11.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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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했다고 무작정 부모님한테 연락하지 말고 왜 가출했는지 이야기부터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마음까지 닫은 줄 알았던 가출 청소년들도 사실은 속에 담아둔 이야기가 많았다. 어른들이 비행 청소년이라며 백안시하는 반면 아이들은 절실하게 이해받기를 원했다. 송정근 전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회장 등이 5~6월 전국 16개 시도 28개 지역 가출청소년 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은 "우리도 하고 싶은 게 있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하고싶은 말을 하라는 질문에 이들은 ▦가출청소년에 대한 편견과 인식 개선 ▦청소년 입장에서 이해 ▦입시 위주의 교육 방식 개선 ▦청소년 쉼터 양적ㆍ질적 확대 등을 말했다.

경남 지역의 한 청소년은 "가출을 했더라도 나름의 재능과 생각, 꿈이 있으니 그걸 인정해주는 것이 절실하다"며 "세상이 가출한 청소년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수도권의 한 청소년도 "집안 사정 등으로 원치 않게 집을 나오는 이들도 많으니 그런 상황을 이해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가출하게 만든 원인,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귀기울여야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만 관심을 가지는 입시 위주의 교육 현장은 가출을 부추기고 있다. 광주 지역의 청소년은 "학교가 학생을 입시용 도구로만 보기 때문에 선생님도 부모님도 좋은 대학 보내는 데 혈안이 돼 있어 우리가 진정으로 꿈꾸는 장래희망과 고민은 뒷전"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청소년은 "학교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대다수 청소년들은 가출 청소년을 보호하는 쉼터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광주 지역의 청소년은 "청소년 쉼터가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며 "더 일찍 알았다면 도움을 받았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냈고 부산 지역의 청소년은 "특히 지방에서는 (쉼터를) 찾아가고 싶어도 어디에서 상담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인터넷으로도 쉽게 검색이 안 된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의 청소년은 "쉼터의 도움을 받았다. 이런 시설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을 보호하는 쉼터는 올해 기준 92개소이고 내년에 103개소로 늘어날 예정이지만 전국 가출청소년 20만명을 모두 품기엔 턱 없이 모자라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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