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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괴짜다운 깐깐한 준비 거장다운 섬세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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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괴짜다운 깐깐한 준비 거장다운 섬세한 무대

입력
2012.11.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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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이 성성한 두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루마니아 출신의 라두 루푸(67ㆍRadu Lupu)와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아 루푸와 협연한 이대욱(65) 한양대 음대 교수였다. 곡목은 대중에도 친숙한 슈베르트의 피아노 연탄곡(連彈曲) '군대행진곡'. 페이지 터너(악보 넘겨 주는 사람) 없이 직접 악보를 넘겨 가며 연주하는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친구 같았다.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은 관객들은 거장 라두 루푸의 오케스트라 협연에 이은 깜짝 앙코르 선물을 받았다.

17일 독주회, 19일 협연으로 첫 내한공연을 한 라두 루푸는 늘 따라붙는 '괴짜' '건반 위의 은둔자' 등의 수식어가 무색하리만치 아름답고도 친근한 무대를 선사했다. 1966년 반 클라이번, 1969년 리즈 콩쿠르 우승 이후 40년 넘게 세계 최정상 피아니스트로 인정 받고 있는 그는 공연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30년 넘게 언론 인터뷰를 거절해 왔고 보통의 피아노 의자 대신 등받이 있는 의자를 고집한다. 이번 공연에 쓴 피아노의 건반 무게도 직접 지정했다. 2010년 내한이 예정됐다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취소된 일도 있어 이번 공연의 성사 여부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그의 무대는 섬세하고 따뜻한 기운이 넘쳤고 관객은 대중가요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특히 슈베르트의 16개 독일춤곡, 4개의 즉흥곡, 피아노 소나타 21번을 연주한 17일 독주회의 반응이 좋았다. 음악 칼럼니스트 황장원씨는 "전면에 부각되는 건 아름다운 음색이지만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구조적 조망이 깔려 있어 완전히 경지에 오른 대가의 모습이었다"고 평했다. 클래식 방송 '명연주 명음반' 진행자 정만섭씨는 "매끄러운 터치의 라두 루푸식 연주로 피아노의 또 다른 묘미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19일 협연 무대의 반응은 엇갈렸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음량이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이 많았다. 이날 객석을 들썩이게 한 것은 오히려 앙코르 연주였다. 완벽한 상태가 아니면 무대에 서지 않는다고 알려진 루푸가 최종 리허설 중 즉흥적으로 나온 연탄곡 연주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것은 반전이었다. 무대 준비에는 깐깐한 게 사실이었지만 적어도 연주회장에 있는 관객에게는 감동과 웃음을 전한 '친절한 루푸씨'였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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