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이 개운찮은 모양새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동북아와 아시아경제공동체 시대를 향한 역사적 출발이다. 하지만 프놈펜 동아시아정상회의에 맞춘 어제의 선언은 3국 정상이 현장에 있었지만 통상장관들이 발표하는데 그쳤다. 독도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한일, 중일 간 외교갈등이 정상 선언을 무산시켰다. 이런 출발은 한중일 FTA의 당위에도 불구하고 앞에 놓인 어려움을 새삼 환기한다.
세계 자유무역 기조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블록은 가장 안정적인 역내 내수시장을 형성한다. 유럽연합(EU)은 물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제가 진작 출범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한중일 FTA도 3국이 물꼬를 트고, 궁극적으론 하나의 아시아경제공동체를 건설하는 방향임은 물론이다. 현재 NAFTA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8조 달러이며, EU는 17조6,000억 달러다. 이에 비해 GDP 규모 14조3,000억 달러인 한중일 시장이 FTA로 묶이고, 아세안(ASEAN) 회원국들까지 합세할 경우 아시아는 단숨에 세계 최대의 자체 내수시장을 일구게 된다.
하지만 한중일 FTA 추진은 좀처럼 순항하지 못했다. 정치외교적 요인 외에 경제 수준과 구조 격차 때문이었다. 미국보다 훨씬 앞선 한일 FTA 협상은 일본이 농수산물 시장개방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면서 2004년에 중단됐다. 한중 FTA도 지난 5월 개시 이래 4차 회의까지 진행됐지만 아직 민감도별 시장개방 품목 선정에 쉽사리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정은 향후 한중일 3자 방식의 FTA 협상이 전례 없이 어려운 과정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당장 일본이 3자 FTA 동시 체결을 주장하는 것도 문제고, 3국간 FTA의 적용 범위와 수준을 정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실질적 FTA 체제의 조기 가동을 위해서라도 한중, 한일, 중일 간 양자 FTA 체결 후 3자 FTA 체제로 나아가는 2단계 추진 방안을 초기부터 관철해낼 필요가 있다. 유연하고 현실적인 접근만이 3국 FTA 체제 출범의 첩경임을 지난 경험들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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