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모습은 초라할 뿐입니다. 분열과 상호불신, 권력과 유착, 배타성, 세습, 재정 불투명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늘 한국 교회는 세상과 사회를 향해 새로운 삶의 비전을 제시할 내적 열정과 외적 신뢰를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임 회장인 김근상(60) 대한성공회 의장주교는 2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교회의 공공성을 되살려 한국사회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NCCK가 이날 마친 제61회 총회와 내년 10월 부산서 열릴 한국 개신교계 기념비적 행사인 세계교회연합회(WCC) 제10차 총회의 주제 역시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한국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위하여'이다.
김 회장은 개신교계 현안 중 성직자 납세 문제와 관련해 "교인들이 내는 헌금이 얼마인지 그 중에서 성직자가 얼마를 받는지 알게 되면 내는 사람도 떳떳할 것"이라며 "교회 자체를 개인사업체와 같이 만드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NCCK는 "성직자들이 세금을 잘 낼 수 있도록 권장하고 돕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대형교회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목사 세습에 대해 "하나님 없이 하나님의 노래를 지껄이는 이상한 집단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덧붙여 그는 "교회 사유화와 세습 문제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없어서 생기는 일들"이라며 "한국교회의 공공성이 회복되려면 교인과 언론들의 비판이 더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국교회의 사회 참여 문제와 관련해서는 "성직자는 힘(권력) 때문에 파괴된 사람들인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며 "쌍용차 노조 문제나 강정마을, 대선 정책 문제 등 모든 사안에 대해 성직자들은 약자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이날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인용한 성경 구절은 마태복음 5장 13절이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짠 맛을 되찾게 하겠느냐'. 녹아 없어져 맛 내는 소중한 양념이 되기 보다 조미료 범벅의 때깔만 고운 음식이 되기를 바라는 허다한 한국교회를 향한 경고다.
박승현 인턴기자 (서울여대 방송영상학과 4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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