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영화 관객이 어제로 1억 명을 돌파했다. 영화관람 가능인구 5,000만 명 기준으로 국민 한 사람이 극장에서 평균 두 번 한국영화를 봤다는 얘기다. 사상 처음이고, 10년 전의 두 배다. 덩달아 한국영화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51.9%에서 올해는 60% 가까이 치솟고 있다. 한국영화의 화려한 부활이다.
이유야 많다. 우선은 작품의 힘이다. 한국영화는 2007년부터 거품이 꺼지면서 한때 시장점유율이 46.6%까지 내려갈 정도로 추락을 거듭했다. 당연히 크기보다는 작고 탄탄한 영화로 승부를 걸었고, 올해는 그런 작품이 유난히 많았다. 연초의 에서 상영 중인 까지 9편이 관객 40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과 는 1,000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 하나같이 저마다 장르와 색깔이 독특하고, 비교적 완성도도 높아 관객을 만족시켰다.
관객층도 넓어졌다.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 '제2의 르네상스'를 경험하면서 한국영화 의 매력에 빠진 30, 40대까지 주 소비층이 됐다. 자연히 이들을 겨냥한 작품의 기획과 제작도 많아졌다. 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침체로 인한 우울함과 답답함을 영화로나마 잠시 잊어보려는 심리, 연극이나 뮤지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관람료, 치열해진 멀티플렉스들의 마케팅경쟁도 한 몫을 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아할 일만 아니다. 투자, 배급, 상영에 이어 제작까지 장악한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로 한국영화의 독과점과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들이 스크린과 관객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면서 다른 영화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난 7월에 맺은'한국영화동반성장 이행협약"도 있으나마나다. 한국영화의 60%는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제작사들은 대기업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스태프 평균 연봉은 600만원 대에 머물고 있다.'관객 1억 명 시대'가 진정 한국영화계 전체의 축제가 되려면 이런 그늘부터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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