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이 '이별여행'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은 17~20일 대통령과 국무장관 관계로서는 마지막으로 아시아 3개국을 순방하며 지난 4년간의 파트너 관계를 정리했다. 대미는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얀마와 캄보디아를 방문, 클린턴이 이룬 대표적 외교성과인 아시아 중심(재균형) 전략을 확인한 것이었다. 클린턴은 20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회담장으로 가면서 "그것은 위대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둘의 관계는 예상보다 좋았다. 오바마와 클린턴은 2008년 치열했던 민주당 경선 때의 섭섭했던 감정을 접고 서로 존경하는 실무관계를 유지했다. 오바마는 클린턴이 스마트 외교로 칭한 자신의 외교를 펴도록 권한을 줬고 클린턴은 오바마 정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그를 전략적으로 존중했다.
오바마는 클린턴에게 이번 순방 중 두 차례 감사를 표했다. 19일 미얀마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의 자택에서 연설하던 중 "힐러리, 어디 있죠? 어디?"라고 찾은 뒤 "민주주의의 가치와 인권을 진작시킨 데 더 없이 감사한다"며 박수를 보냈다. 오바마는 양곤의 미 대사관에서 클린턴 및 그의 측근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그간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이후 캄보디아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 함께 탄 두 사람은 한 시간 동안 말없이 상념에 젖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클린턴의 미래는 논의된 게 아직 없다. 2기 대통령 임기를 시작할 오바마와 달리 클린턴은 쉬는 것 외에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다만 19일 태국 와트포 사원에서 스님과 나눈 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님은 신을 벗은 두 사람을 와불(臥佛)로 안내하면서 와불이 오바마에게 3연임 대통령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덕담했다. 그러자 오바마는 클린턴을 가리키며 "그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태국 언론들은 전했다. 오바마가 클린턴의 2016년 대선 출마를 간접적으로 권하는 상황은 둘의 새로운 관계를 예고한다. 오바마와 클린턴의 보좌진은 "스님이 오바마가 아니라 클린턴이 미래 대통령이 된다고 예언했을 것"이라고 수정했다.
오바마는 이번이 클린턴의 마지막 해외 순방이라고 밝혀 그의 국무장관 사퇴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언론은 이르면 22일 추수감사절에 2기 조각이 발표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재선 취임식이 내년 1월 21일 열리지만 이보다 2개월 먼저 내각을 구성해 초반부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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