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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메말라가는 아이들 감성 키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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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메말라가는 아이들 감성 키워주세요"

입력
2012.11.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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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영혼이 없어요. 학교나 학원에서 시험 결과 위주의 삶을 살도록 은연중에 가르치고, 아이들은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배우고 있기 때문이지요. 심각한 상황입니다."

시골 초등교사 출신으로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65)씨가 뿔났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에 대한 지적인 동시에, 문화예술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그는 20일 오후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예술강사의 발(發)' 제목의 컨퍼런스 강연에 앞서 한국일보와 만나 자신의 교육철학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김씨는 "문화예술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 철학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교육에서 문화예술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초ㆍ중ㆍ고교는 물론 복지기관 및 특수학교에서 문화예술을 교육하는 강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김씨는 일종의 재능기부를 통해 이들에게 38년간 교직생활을 하면서 얻은 교육 방식과 체험활동 등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화분이나 컵에 꽃이나 나무를 키우게 해보세요. 1년 후면 꽃이 피겠지요. 그 꽃을 그려보라고 하는 겁니다. 초등 2학년의 고사리 손들이 꽃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며 제법 그림을 그립니다. 그게 바로 사물을 보는 눈을 키워주는 겁니다."

그는 이런 기본적인 교육 조차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글쓰기 부재도 꼬집었다.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격인 SAT를 예로 들었다. "SAT에는 글쓰기 능력을 평가하는 작문 과목이 포함돼 있어요. 글쓰기는 모든 공부의 기본이 되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지요. 우리는 어떤가요?"

"조선시대는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기술과 예술 등의 융합을 일찌감치 실천했습니다. 인재를 등용할 때 시제를 던져 주고 글을 잘 쓴 사람을 뽑았죠. 결국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야 글도 잘 쓸 수 있다는 걸 알았던 겁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저 암기하는 법만을 배우고 있어요. 이런 안타까운 실정을 교육 위정자들이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의 교육제도가 대학 입시에 맞춰져 있는 한 학생들의 '영혼'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문과와 이과로 나눠진 것 역시 융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시대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문화예술 교육이 더 시급하고, 예술강사 시스템 구축이 더욱 중요합니다. 초ㆍ중ㆍ고와 더불어 대학에까지 문화예술 교육이 연계돼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해요. 감성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사람이 세상을 바로 보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2008년 정년퇴임한 김씨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작은 계획'도 갖고 있다.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김용택의 작은 학교'를 열기로 한 것이다. 전북 전주의 고향집을 수리하고 있다. 주말에 부모와 학생들이 함께 내려와 농사를 짓고, 글도 써보는 학습의 장을 마련하려는 시도다. "부모도 아이들의 문화예술 교육을 위해 좋은 교사가 돼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해요. 세상을 바꾸는 힘은 바로 이런 교육에서 나옵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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