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20일 관객 1억 명을 돌파했다. 2006년의 9,791만 명을 뛰어넘는 경이적인 성과다. 하지만 1억 명은 한국영화 중흥을 선언하는 축포면서도 한국영화 관객의 포화를 드러내는 한계치이기도 하다.
많은 영화인들은 "1억 명보다 훨씬 더 많은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진흥위원회 김수현 연구원은 "5,000만 명이란 인구의 한계에 스크린 수도 늘지 않아 1억 명을 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1억 명이란 훈장은 곧 정점에 선 한국영화가 이젠 추락을 방지할 때란 걸 경고하는 메시지다. 2006년 한국영화는 '왕의 남자'와 '괴물'의 선전에 힘입어 1억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충무로는 돈 된다 싶어 달려든 무모한 투자로 크게 흔들렸다. 무분별한 영화제작은 결국 볼 것 없는 영화들만 양산했고 결국 관객은 극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장기간 침체를 겪은 한국영화는 그 사이 거품을 빼고 내실을 다져 지난해부터 서서히 달아올라 올해 획기적인 기록들을 써내려 갔다.
그렇다면 내년은 어떨까. 대부분의 영화인들은 "황폐한 시기를 견뎌내며 영화판이 내성을 갖췄기에 2006년의 우는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내년의'설국열차' '미스터GO' 등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성공하고 올해 수준의 중박 영화가 등장한다면 1억 명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업계는 이미 "한국 산업 전체가 저성장에 진입했고 영화 산업도 큰 성과를 기대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극장 수입보다는 해외수출이나 DVD 등 부가판권의 시장확대에 많은 고민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위기가 불시에 닥쳐올 경우 그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만일 초대형 블록버스터들이 실패할 경우, 영화판 전체에 투자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한국영화 호황이 감추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도 암초다. 대기업 중심으로만 돌아가고, 관객은 늘었지만 문화적 다양성은 축소되고, 일부 영화의 상영관 독점은 계속 논란을 일으켜왔다. 열악한 스태프 처우로 신참 유입이 끊어져 영화 제작 근간이 흔들린다고 한다. 영화판이 힘 없는 자가 희생되는 구조로 고착화할 경우 한국영화는 또다시 깊은 수렁에 빠져들 것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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