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규모 세계 24위
반세기 만에 1000배 폭증
한국 관광산업 비중 5.2% 불과
세계평균보다 낮아 성장여력 커
시장 다변화 필요
아시아 관광객이 78%
전체의 절반이 中·日관광객
한일·한중 갈등땐 악영향 우려
질적 성장 시급
3년간 재방문율 39%로 뚝
언어소통·숙박 등 인프라 숙제
올해 한국을 찾아오는 1,000만 번째 손님이 오늘 입국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 해 1,000만 명을 돌파하기는 사상 처음이다. 아시아를 통틀어서도 7번째 기록이다. 1961년 1만, 1978년 100만, 2000년 500만 명을 넘어선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979만 명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연말까지 1,1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2012년 한국의 외래 관광객 규모는 세계 24위에 랭크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외래 관광객 1,000만'을 관광대국 진입의 신호로 판단하고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등 관광 선진화에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관광객의 만족도는 여전히 낮게 나타나는 등 관광선진국으로 가는 길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21세기 성장동력, 관광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에 따르면 2011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총합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한 직접 비중은 2.8%다. 여기에 고용, 투자 등 간접적 요인까지 더한 전체 비중은 9.1%로, 금액으로 따지면 6조 3,461억 달러에 이른다. 직접 비중만 놓고 비교해도 관광산업의 규모는 자동차 산업의 2배로 교육이나 통신 산업과 비슷하다. 아시아를 제외한 전 대륙에서는 화학 제조업보다도 관광산업의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산업의 특성 상 고용을 잣대로 삼으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지난해 전세계 관광산업 종사자는 9,800만 명으로 자동차 산업의 6배, 화학 제조업의 5배, 광업의 4배, 통신 산업의 2배로 나타났다. 간접 고용까지 따지면 2억 5,500만명이 관광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근로자 12명 가운데 1명이 관광과 연계된 직업을 갖고 있는 셈이다. 실제 백만 달러를 투입할 경우, 관광산업에서는 50개의 일자리가 창출돼 교육 부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고용 창출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의 장기 전망에 따르면 관광산업의 성장은 특히 한국이 포함된 동북아시아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UNWTO는 2010년부터 2030년 사이 이 지역으로 여행하는 관광객이 연평균 9.1% 성장, 2030년 5억 3,500명이 동북아시아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현 22%에서 30%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의 관광산업 비중(간접 분야 포함 전체 비중)은 5.2%로 세계 평균보다 훨씬 낮다. 관련 고용자수도 51만 4,000여명으로 전체의 2%에 불과하다.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성장의 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신용언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국장은 "웨딩, 미식, 의료, MICE 등 성장 가능성이 큰 부분의 인력과 인프라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심화하는 아시아 편중
외래 관광객의 전체 숫자는 늘고 있지만 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근거리 아시아 지역의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강세에다 중국인 비자 발급 간소화에 힘입은 결과다. 역내(동아시아) 시장의 성장이 당장은 관광수지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 지역 국가들의 상황에 따라 한국의 관광산업이 출렁일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인바운드(방한 관광객) 시장에서 아시아 지역은 전년 대비 13.5% 증가한 766만명으로 전체 시장의 78.2%를 차지했다. 이 중 일본과 중국 두 나라의 비중만 해도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특히 중국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져, 중국 시장이 현 추세대로 성장할 경우엔 1, 2년 안에 두 나라(일본, 중국)의 비중이 6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나라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질 경우 한국의 인바운드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제 외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중국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는 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발걸음을 돌린 영향이 적지 않다. 중국인들의 민족주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동북공정 등으로 인해 한ㆍ중 갈등이 고조될 경우, 이들은 여행지로서 한국도 배척할 수 있다. 실제 단체여행보다 개별자유여행(FIT) 비중이 높아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일본 시장도, 독도 갈등이 고조된 8월 이후 성장세가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산업실장은 "유럽이나 미주 지역도 역내 관광이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중국과 일본은 계속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시장의 다양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중동국가들이 (인바운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성장세가 무서운 국가들"이라며 "이런 지역에 마케팅을 집중해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자리 만족도, 부족한 인프라
방문객의 숫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만족도는 계속 제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1 외래관광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외래 관광객의 한국여행 만족도는 4.07(2007년ㆍ5점 만점), 4.09(2008), 4.12(2009), 4.14(2010), 4.02(2011)로 횡보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4.46), 호주(4.38), 러시아(4.36) 등 서양 관광객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반면 일본(3.80), 대만(3.99), 중국(4.02) 등 주요 시장인 아시아 관광객의 만족도가 낮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런 낮은 만족도가 한국을 다시 찾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최근 3년 간 재방문율'은 39.1%로 2006년 이후 처음 40% 아래로 떨어졌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느끼는 불편은 여전히 매우 기본적인 것들이다. '2011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언어소통의 불편(52.3%ㆍ중복응답), 안내표지판 부족(21.5), 교통혼잡(17.6), 비싼 물가(14.7), 입에 안 맞는 음식(11.7) 등이다. 신 국장은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과 배타성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은 외국인 환대가 부족하다"며 "'환대(hospitality) 서비스'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고, 앞으로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숙박시설 부족 등 관광인프라의 확충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중국 단체 관광객, 일본 FIT 여행객 증가로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 수요가 폭증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관광호텔은 7만 763실에 불과하다. 지난 5년 간 객실증가율(3%)이 외래 관광객 평균 증가율(9.7%)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중국의 저가 단체관광객을 찜질방에서 재웠다가 말썽을 빚는 등 숙박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FIT 여행객을 위한 대중 교통 관광 체계 시스템 등도 턱없이 부족하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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