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세로 G2 갈등으로 비화 우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해소하려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시도가 중국의 일방통행과 내부 분열로 사실상 무산됐다.
‘ASEAN+3(한국ㆍ중국ㆍ일본)’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 프놈펜을 찾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9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결을 위한 당사국간 행동수칙(CoC) 제정 협상에 조속히 나서 달라는 ASEAN의 공식 요청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원 총리는 오히려 집단 차원의 대응에 유감을 표하며 당사국끼리의 양자 해결을 강조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 “남중국해는 핵심 이슈가 아니다”라며 역으로 긴밀한 경제협력을 약속하는 당근을 제시했다. 남중국해 행동수칙은 분쟁지역을 둘러싼 당사국들의 무력행위를 법적으로 구속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해상 행동수칙이다.
중국의 회유책에 ASEAN은 내부 분열을 일으켰다. ASEAN 의장국이자 중국에 경제의존도가 높은 캄보디아는 전날 중국과 정상회담을 한 뒤 “ASEAN 정상들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국제문제로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에 베니뇨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발끈했다.
미국과 일본도 ASEAN을 편들었다. 중국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대립하는 일본은 영유권 분쟁이 “지역 평화와 안전에 영향을 미칠 국제사회 공동의 우려”라며 중국을 비난했다. 20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는 회의 전 따로 원 총리를 만나 남중국해 분쟁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프놈펜에 도착한 오바마는 ASEAN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행동수칙 제정에 지지를 표명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과 관련해 미국, 필리핀, 베트남, 일본이 한 편을 이뤄 중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과 대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SEAN이 요구하는 남중국해 행동수칙은 분쟁 지역을 둘러싼 당사국들의 무력 행위를 법적으로 구속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해상 행동 수칙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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