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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단일화 이후

입력
2012.11.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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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ㆍ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는 이뤄질 것이다.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으나 후보등록일 전 단일화를 철썩 같이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할 만큼 권력욕에 물든 이들이 아니라는 것도 믿는 구석이다.

사실 걱정은 단일화 이후다. 단일화에 패배한 측의 지지층 이탈이 적잖이 우려되는 탓이다.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힘겨운 싸움은 그때부터다. 다자대결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후보 지지율은 45% 안팎이고, 문ㆍ안 두 후보는 합쳐도 50%가 채 안 된다. 단순 수치로만 봐도 야권 후보 지지층에서 몇 %만 떨어져 나가면 박근혜가 여유 있게 이기게 돼있다. 단일화에 이긴 후보가 탈락한 후보 지지층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가 관건인 셈이다.

먼저 문재인이 단일화에서 이길 경우다. 안철수 지지세력은 무당파와 중도층이 상당수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야권 성향이 지지층의 대다수겠지만 문재인, 나아가 민주통합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이들은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이 크다. 기존의 부패하고 기득권에 집착하는 정당정치를 혐오하는 세력이다. 이들을 어떻게 유인할 것인가. '새정치공동선언문'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상호 존중과 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연대를 이뤄내겠다"는 추상적인 말로 이들을 붙잡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가시적인 조치를 보여줘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안철수가 처음부터 단일화 조건으로 민주당 쇄신을 요구했지만 "뭘 바꾸라는 거냐"며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안철수가 더 이상 협상을 못하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그때서야 마지 못해 '충치'를 뽑았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문재인은 시종일관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 실망을 안겼다. 문재인이 민주당 후보를 넘어 야권 단일 후보로 거듭나려면 선두에서 민주당 쇄신을 이끌어야 한다. 정치개혁의 기치를 내건 시민세력의 주인공으로서 안철수도 민주당 개혁과 정권교체를 위해 밀알의 역할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두 후보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정권교체 이후 개혁에 대한 비전과 방향, 또한 그 것을 어떻게 실행해나갈 것인지를 함께 밝히는 모습은 아름다운 장면일 것이다.

안철수가 단일 후보가 될 경우도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무소속 안철수는 민주당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재인은 "안 후보 당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고 싶을 게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 민주당도 정권교체라는 지상 명제 앞에서 딴 생각을 품을 수 없다. 대통령 후보도 못 내고 선거에도 패배한다면 민주당의 존재 의미가 사라진다. 그러나 문재인이 단일후보가 됐을 때만큼 안철수 선거운동에 적극적일까. 2002년 노무현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긴 후 민주당이 보인 행태를 보면 의구심이 기우만은 아닌 듯하다. 당시 민주당은 비주류였던 노무현에 비우호적이었고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후보 흔들기에 나섰다. 대선 후보가 당 대표와 주례회동조차 하기 힘들었고, 의원들은 제3후보인 정몽준 쪽으로 몰려갔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곁방살이 설움이 오죽했으면 (노 전 대통령이) 정몽준씨에게 후보 자리를 넘겨주면 어떻겠느냐고 상의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굴러온 돌인 안철수가 비슷한 취급을 당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안철수는 대선 당선 후 민주당 입당이나 민주당을 기반으로 한 신당 창당 같은 로드맵을 밝혀 민주당을 안심시키는 조치를 취하는 게 급선무다.

문재인 안철수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정치 지형은 변하지 않는다. 두 세력이 연대하지 않고는 문재인이 바라는 '사람이 먼저'인 사회도, 안철수가 바라는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도 이뤄질 수 없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내기 위해서는 두 세력이 함께 협력하면서 개혁세력의 저변을 넓혀가야 한다. 문재인 안철수는 끝까지 서로를 인내하고 이해하길 바란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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