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지는 착수 감각이 무척 신선하다고 소문난 기사다. 이 바둑에서도 멋진 수가 하나 나왔다. 좌상귀에서 1로 어깨 짚은 게 얼핏 생각하기 힘든 호착이다. ▲가 한 칸 위쪽인 18에 놓여 있었다면 누구나 당연히 1로 씌웠겠지만 실전과 같은 배석에서는 선뜻 이런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
흑의 의도는 상변 쪽에 철벽을 쌓은 다음 좌변 백돌을 공격하려는 것이다. 김성진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2부터 6까지 둔 다음 얼른 손을 빼서 8로 지켰다. 부분적으로는 1이 정수지만 바로 2로 공격 당해서 백이 정말 위험해진다. 하지만 그 때문에 거꾸로 흑에게 17을 선수로 당한 게 너무 아프다. 하변에서도 13, 15가 놓이자 흑집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23이 또 멋진 감각. 백이 1, 3으로 달아나면 4로 자물쇠를 채워서 하변을 완전히 집으로 굳히려는 생각이다. 김성진도 상대의 의도를 눈치 채고 중앙을 방치한 채 24로 붙여서 하변에서 뭔가 수를 내려 하고 있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