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말이다, 신문, 그만 보내면 안 되냐." 아버지께서 약간 망설이듯 말씀하셨다. 오랫동안 'C신문'을 구독하고 계시는 아버지께 몇 달 전부터 'H신문'을 넣어드리기 시작했다. 하루에 신문 두 개를 보려니까 너무 버겁다고 하신다.
"대충 비교하면서 머리기사만 보세요. 다 보려니까 힘드시죠. 저도 꼼꼼히 안 봐요." 꼼꼼히 안 볼뿐더러, 내가 뭔가 대단한 신념이나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버지는 인터넷과 친하지 않으니까, 다른 필터의 세상도 둘러보셨으면 싶었을 뿐. 그러자 아버지는 한 뜸을 들인 다음 혀를 차며 말을 이으셨다. "실은 머리가 어지럽다. 이 신문은 이렇게 말하는데 저 신문은 완전히 반대고. 딴 세상이야. 뭘 믿어야 할지 통 모르겠어."
나는 아버지의 표정을 읽는다. 못마땅함이 아닌 씁쓸함. 그만 보내면 안 되겠냐고 물으셨지만, 아버지는 내가 굳이 영업소에 전화를 넣어 구독 중지 신청을 하지 않으리라는 걸 아신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가 어지러움을 무릅쓰고 내일도 모레도 두 개의 신문을 꼼꼼히 훑어보시리라는 걸 안다. 아니다. 이제는 나의 글을 읽기 위해 '한국일보'까지 보신다니 세 개가 되나.
아버지는 어지럽다고 불평하면서도 그 어지러움을 피하지 않으신다. 대선이 코앞이니 아버지의 어지러움은 더욱 깊어질 테지. 일흔을 앞둔 아버지의 그런 모습, 그런 현기증. 문득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신해욱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