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은 "10년 뒤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스승'과도 같았던 소니를 제쳤을 때도, 불황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을 때에도, 이 회장은 '잘 나갈 때가 더 위기'라고 거듭 말했다. 실제로 삼성은 이건희 체제 25년을 거치면서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했지만, '지속 가능한 최정상기업'이 되려면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가장 시급한 건 전자 부문,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 사업을 넘어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사실 '삼성=삼성전자'로 등식화될 만큼 삼성전자는 매일 기적을 써가고 있지만, 막상 삼성전자를 빼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계열사는 찾기 힘든 실정이다.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곳도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 사업의 후광을 얻고 있는 계열사들이다.
더욱이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 부문에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기대고 있다. 시장상황이 급변하는 IT산업 특성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스마트폰 실적이 뒤쳐질 경우 그룹 전체의 침체로 확산될 위험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이 올 신년사에서 "삼성의 미래는 신사업ㆍ신제품ㆍ신기술에 달려 있다. 기존의 틀을 모두 깨고 오직 새로운 것만을 생각하라"고 독려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차세대 주력 사업의 밑그림은 이미 그려놨다. 삼성은 지난 2010년 ▦태양전지 ▦전기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에 대한 투자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데다, 일부 사업에선 차질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전지 등 신수종 사업 현안에 대해서는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향후 다가올 경영권 승계. 이 회장의 후계자는 장남인 이재용 사장으로 이미 확정됐고, 이 회장 본인도 현재 왕성한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서두를 사안은 아니지만, 향후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복잡한 지배구조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라, 지배구조개혁과 안정적 경영권승계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묘수 찾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가급적 적은 비용으로 국민여론도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 어쩌면 향후 삼성이 해결해야 할 가장 힘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