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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고생 그만..." 장애 외손자와 세상 등진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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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고생 그만..." 장애 외손자와 세상 등진 노인

입력
2012.11.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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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를 안고 태어난 외손자를 할아버지는 끔찍이 아꼈다. 외손자도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할아버지를 유난히 따랐다. 이런 할아버지와 외손자가 창고에서 함께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평소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을 익히 알고 있는 이웃들은 "오죽했으면"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잊을 만 하면 발생하는 장애아 동반자살. 전문가들은 중증장애아와 그 가정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이 또 한번 비극을 불렀다고 지적한다.

지난 18일 오후 2시쯤 경기 포천시 영북면 한 농가주택 창고에서 김모(72)씨와 외손자 A(12)군이 목매 숨져 있는 것을 휴일을 맞아 본가를 방문한 김씨의 아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가 가족들에게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서에는 '먼저 간다.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씨 부인은 이날 볼일을 보러 외출한 터라 집에는 김씨와 A군 밖에 없었다.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어 경찰은 김씨가 외손자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나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는 상황이라 정밀감식 결과가 나온 뒤 '공소권 없음' 등 사건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뇌병변장애 1급인 A군은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보행은 물론, 밥도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 활동지원서비스나 장애아동재활치료 등의 복지서비스를 받고 있었지만 회복될 가능성도 적었다. 기능직 공무원 출신인 김씨는 A군을 어릴 때 맡아 키웠고 몇 년 전부터는 주말마다 딸을 대신해 A군을 돌봤다. 김씨는 퇴직 뒤 농사를 지었다.

김씨는 평소 외손자를 돌보느라 고생하는 외동딸을 안타까워했다는 게 이웃들의 증언이다. 딸은 A군에게 전념하기 위해 운영하던 학원까지 접은데다 얼마 전 시댁에도 우환이 생겨 시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마을 한 주민은 " '내 업보니까 다 안고 가겠다'는 김씨의 말을 들었다"며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가슴이 아프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반적으로 중증장애로 구분하는 장애등급 1, 2급인 20세 미만은 지난해 말 기준 5만7,000여명이나 된다. 국내 장애인복지정책은 중증장애인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반면 몇 배에 달하는 보호자들에 대한 관심은 요원한 상황이다. 김병수(정신과 전문의) 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은 "장애아 보호자들의 우울증 유병률은 일반인보다 2~3배 높다"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그들과 정기적으로 접촉해 선제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복지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포천=김창훈기자 chkim@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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