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김광준(51) 서울고검 검사 비리 포착의 단초가 된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55)씨의 은닉자금 추적에 계속 주력하기로 했다. 조씨 일당은 2008년 경찰의 수사망에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후로 경찰, 공무원 등에 전방위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자금추적 과정에 또 다른 비리의 고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씨 일당의 은닉자금을 추적한 결과 지금까지 700여개 차명계좌에서 총 780억원 자금을 찾아냈다"며 "사용처 등 돈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올 3월부터 조씨가 숨겨둔 범죄수익금을 추적하다 조씨의 최측근인 강모(51)씨 돈이 김 검사의 차명계좌에 흘러 들어간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김 검사 건 외에 지금까지 추적된 자금은 대부분 다른 사업체에 투자금으로 사용되거나 전세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찾은 자금들은 대구지검 지휘로 변제공탁 과정을 밟고 있다. 변제공탁은 채무자가 빚을 갚는 대신 법원과 같은 공탁소에 맡기는 방식으로 채무를 면하는 제도다. 경찰이 이처럼 은닉자금 추적에 주력하기로 한 건 '검찰의 사건 가로채기'로 김 검사 비리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찰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했던 수사 협조 요청마저 불발됐다. 경찰은 지난 13일 FIU에 검찰이 유진그룹 관계자들에 대해 2006~2010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혐의거래보고(STR), 고액현금거래보고(CTR)를 조회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러나 FIU는 조회사실 확인이 현행법상 법 집행기관이 요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혐의거래보고나 고액현금거래보고는 1,000만원 이상의 계좌이체 및 수표ㆍ현금 인출 거래 중 금융기관이 수상한 거래라고 판단해 FIU에 보고한 기록을 말한다. 검찰이 이 기록을 조회한 적이 있다면 유진그룹에 대해 검찰이 과거 내사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FIU의 불가 입장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이와 별도로 요청한 김 검사에 대한 FIU의 혐의거래보고, 고액현금거래보고 자료에 대한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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