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문학과지성사가 19일 계간 문예지 (이하 문사) 통권 100호를 발행했다. 1980년 신군부가 폐간시킨 (이하 문지)을 이어 1988년 봄호로 창간된 지 25년만이다. 출판사가 외부 전문가를 '편집위원'으로 초빙해 만드는 여타의 문예지와 달리, 는 문예지 편집인들이 출판사의 편집 경영을 병행하는 '편집동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독특한 문예지다. 의 창간 멤버 문학평론가 김현 김병익 김치수 김주연에 이어 는 정과리 홍정선 권오룡 성민엽 진형준 등이 2세대 편집동인으로 활동했으며, 이광호 우찬제 박혜경 김태환 김동식 등의 3세대 편집동인을 거쳐 2011년부터 문학평론가 김형중 강계숙 이수형 등 4세대 편집동인이 활동하고 있다. 이번 겨울호부터 문학평론가 강동호씨가 편집동인으로 합류했다.
16일 문학과지성사 사옥에서 만난 편집동인 이수형, 강계숙, 강동호 씨는 "의 독자적 성격을 유지할만한 4세대의 역할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형 씨(서울대 연구교수)는 "1세대가 무크지 운동을 했다면, 2세대로 바뀐 88년에는 민주화 열기와 함께 문학이 사회변혁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열망이 컸다. 3세대가 등장한 90년대에는 출판시장 변화로 인해 문학의 돌파구를 마련하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4세대는 더 협소해진 출판시장에서, 문학의 역할과 문예지의 방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호 씨는 "100호 특집으로 편집동인의 세대별 활동을 중심으로 와 가 한국문학사에서 점한 위치, 역할을 돌아보는 특집을 실은 것은 이런 방향을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학의 상업화, 문학의 정치적 쓰임을 비판하며 '문학주의'를 표방했던 는 80~90년대 한국문학의 굵직한 담론을 주도하며 주요 문예지로 자리매김 해왔다. 87년 민주화체제 이후 민족, 민중문학의 역할을 비판한 '민족문학론의 인식구조', 2000년대 새로 등장한 작가, 작품들의 의미를 부여한 '2000년대 문학논쟁' 등이 문사가 제기한 대표적인 담론들이다. 100호에서는 세대별 편집동인들의 좌담을 비롯해 문학평론가 황현산, 정홍수, 소영현씨가 잡지 창간 후 한국문학의 전개과정을 장르별로 나누어 정리한 특집을 실었다. 한동안 새 작품을 보기 어려웠던 소설가 이인성의 단편소설을 비롯, 최윤 최수철 임철우 배수아 박성원의 소설과 정현종 마종기 김혜순 최승자 김기택의 시 등 문학과지성사가 배출하거나 교류한 작가들의 신작도 발표된다.
강계숙 씨는 "와 출판사 문지는 주인이 없는 단체이자, 편집동인 모두가 주인인 단체다. 문예지 편집 실무에서 물러난 윗세대 편집동인들이 출판사 단행본 기획과 행정 실무를 담당해왔다"며 "내년 초를 기해 초대 동인들은 문지의 대표이사, 운영위원 자리에서 물러나고 3세대 편집동인이 실질적인 중심 구실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2, 3월 경 주주총회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나면 주일우 문지 주간이 대표이사직을 맡을 예정이다. 강씨는 "4세대 편집동인의 문예지 편집방향이 설정되면 강령을 발표하고, 문예지도 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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