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여자 농구판을 뒤흔들고 있다. 4년 연속 꼴찌 팀 우리은행이 7연승 행보를 달리며 단독 선두(9승2패)에 올랐다. 예전보다 전력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박언주의 은퇴와 고아라의 이적으로 오히려 전력은 약해졌다. 경기력이 일취월장 하지도 않았다. 18일 하나외환과의 3라운드 경기에선 외국인 선수 티나 톰슨 외엔 3점 슛 하나 나오지 않았다. 그런 우리은행에 변화가 있다면 단 하나, 위성우(41) 신임 감독이 합류했다는 것이다. 위성우 감독의 리더십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위 감독은 상승세의 이유로 '끝을 보는 훈련과 안주하지 않는 자세'를 꼽았다. 위 감독은 "처음 팀을 맡을 당시 성적이 부진했지만 선수들의 능력이 떨어져 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훈련을 더 독하게 했다. 부상이 발생하거나 따라오지 못하는 선수가 생기더라도 함께 갈 수 있는 선수만 데리고 가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자가 새끼를 기를 때 언덕에서 떨어뜨려서 다시 올라오는 새끼만 기른다는 말이 있다. 위 감독의 훈련 방법도 같았다. 불가능해 보이는 훈련 목표를 잡고, 한계를 깬 선수들을 중심으로 훈련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위 감독은 '강도 높은 훈련'이라고 설명했지만, 선수들이 느끼는 강도는 '지옥 훈련'이었다. 양지희는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가는데 편안하게 쉬는 강아지를 보고 선수들 모두가 부러워했던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흘린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았다. 부상 없이 선수들이 모든 훈련을 소화했다. 그 결과 정신력이 단단하게 무장됐고, 승부근성이 생겼다. 위 감독은 "패배에 익숙했던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보인다. 이제는 자만심을 경계하고 연패에 대비하는 일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7연승과 단독 선두를 기뻐하기보다는 오지도 않을 미래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위 감독은 6연승, 7연승을 하는 순간에도 선수들에게 칭찬을 아꼈다. 선수들은 "축하한다"는 말에 "감독님에게 혼이 나고 오는 길이다"며 울상을 지을 정도다.
위 감독은 "승리를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하지만 분위기를 타는 것이 가장 염려된다. 언젠가는 패배가 올 것이고 그것이 장기화될 수 있다. 승리의 기쁨이 클수록 연패에 더 당황하고 빠져 나오기 힘들 수 있다. 이기더라도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경기가 아니면 심하게 혼을 내는 이유다. 선수들이 연승에 너무 고무되지 않은 만큼 연패에도 너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엄한 감독이라고 해서 매일 어깨에 힘을 주고 선수를 대할 수만은 없다. 위성우 감독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선수들을 보듬고 있다. 우리은행은 타 팀에 비해 선수들의 나이 차가 많다. 임영희, 변연하 등은 1980년생, 팀의 막내들은 90년대 초반이다. 위 감독은 띠 동갑차이가 나이는 고참 선수와 어린 선수들의 소통을 열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 감독은 "예전에는 나이대별로 식사하는 멤버가 달랐다. 최근에는 언니 동생들이 편안하게 어울리고 있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하면 팀워크는 자연스럽게 좋아질 수밖에 없다. 여성 팀인 만큼 감정의 소통이 중요한데, 서로 힘든 것을 말하며 더욱 단단하고 유기적으로 뭉치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문미영기자 my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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