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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낯선, 도시라는 공간··· 도쿄와 서울은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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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낯선, 도시라는 공간··· 도쿄와 서울은 닮았어”

입력
2012.11.1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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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이 한국과 일본 작가들의 릴레이 편지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독도 영유권 등을 놓고 양국 관계에 긴장이 감돌고있는 가운데 두 나라의 친분 있는 작가들이 안부를 주고 받으며 어떻게 시대 상황을 인식하고 글쓰기에 임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마련한 공동기획이다. 작가들은 편지 교류가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녹이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릴레이 편지에는 한국에서는 박성원 김연수, 일본에서는 나카무라 후미노리(中村文則)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가 참가한다.

박성원과 나카무라는 2008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젊은작가대회에서 처음 만난 뒤 매년 만남을 지속하고 있으며 서로의 작품을 읽으며 마음을나누는 친구가 됐다. 박성원의 소설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의 일본어 번역본 출판을 계기로 9일 도쿄 이케부쿠로의 준쿠도서점에서열린 출판기념 대담 및 강연에 나카무라가 참석,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나카무라의 답신은 21일자에 게재된다.

김연수는 히라노가 출판기념회 등을 이유로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사회를 보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의 릴레이 편지는12월 18ㆍ19일자에 게재된다.

언제나 보고 싶은 친구, 나카무라 후미노리 상에게

일본어로 번역된 의 도쿄(東京) 출판기념회가 성공적으로 끝났어. 나카무라 상의 도움이 컸고 이틀 내내 함께 있어줘 너무 고마워. 나카무라 상은 일찍 나와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지. 대담이 열린 준쿠도 서점에 대한 설명도 해주었고 말이야.

도쿄 방문은 세번째였지만 첫날 행사가 열렸던 이케부쿠로(池袋)는 처음이었어. 이케부쿠로는 늘 가고 싶었는데, 나카무라 상의 소설 의 주인공이 이케부쿠로에서 택시 운전사로 나오기 때문이야.

내 책의 번역자인 요시카와 나기 상과 함께 이케부쿠로를 구경했어. 이케부쿠로에는 일본 최대의 애니메이션 전문점이 있고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시보진(鬼子母神) 신사가 있더군. 초고층빌딩이 있는 한편 메이지7년(1874년)에 개원된 조우시가야 묘원이 있었어. 그 묘원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가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고 말이야. 이케부쿠로를 다니면서 과거와 현재는 공존하는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어.

도시라는 공간은 나에게 익숙하지만 때로는 무척이나 낯설게 다가와. 내 소설의 주된 공간은 도시야. 내 근황을 물었을 때 말했던가? 올 여름에 대구에 있는 계명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서울에서 고향으로 이사를 했다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절반은 서울에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대구에서 보냈지. 그래서인지 내 소설은 주로 도시에서의 삶을 다루고 있어.

도쿄 방문 둘째 날에는 도쿄역과 미쓰코시(三越) 백화점에서부터 긴자(銀座)까지 걸었어. 낯설면서 익숙했지.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신세계백화점을 지나 명동까지 걷는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야. 미츠코시마에역을 지나면 일본은행이 있고 한국의 회현역을 지나면 한국은행이 있지.

에도(江戶)시대부터 지금까지 400년이라는 시간이 혼재되어 있는 도쿄, 그리고 조선시대부터 600년이라는 시간이 섞여 있는 서울. 묘하게 닮았고 그래서 익숙했고 하지만 낯설었어.

대담을 마칠 때 누군가가 물었지. 요즘 한일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때 내가 이렇게 대답했지.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유니클로’라는 일본브랜드다. 일본브랜드라고 해서 지금 벗어야 하느냐고. 벗으면 춥지 않겠느냐고. 문학이란 게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문학뿐만 아닌 것 같아.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가전제품을 분해해 한국산과 일본산을 찾아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버릴 수는 없을 거야.

난 나카무라 상의 소설을 좋아해. 나카무라 상의 주인공은 개인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그것은 두 나라, 두 도시에 사는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야. 새 소설에서도 모두의 이야기를 들려줄 거지? 건강하길 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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