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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서 궁지몰린 검찰

입력
2012.11.1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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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서울고검 부장검사급 김광준(51) 검사 사건으로 한상대 검찰총장이 19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 총장의 사과문에는 검찰의 참담한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외부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형 내부 비리 사건까지 터져 안팎으로 궁지에 몰린 검찰의 위기 타개를 위해선 조직의 수장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 검사 사건으로 검찰의 자체 감찰 기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는 점은 이날 한 총장이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은 직접적인 배경이다. 부장검사급 간부인 김 검사가 수년에 걸쳐 1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돈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데는 검찰의 무기력한 내부 감찰이 사실상원인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임검사팀에 따르면 김 검사가 2008년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등으로 재직하면서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55)씨의 측근 강모(52)씨, 전 국정원 직원의 부인 김모씨 등으로부터 받은 돈은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9억7,000만원에 달한다.특임검사팀은 김 검사의 또 다른 비리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어 전체 금품수수 규모는 훨씬 더 커질 전망이다. 금품 수수 규모와기간에서 사상 유례 없는 검사 비리 사건인 셈이다.

잇달아 터진 검사 비리 사건으로 검찰이 받은 충격은 상당하다. 2010년 스폰서 검사사건과 그랜저 검사 사건에 이어 지난해 벤츠 검사 사건까지, 검찰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주는 사건이 매년 이어져 검찰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이라는 게 중론이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자괴감에고개를 들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검사의 장기간에 걸친 고액 금품수수 사실을 검찰이 자체적으로 적발하지 못했다는점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사실상 감찰 기능이 마비됐다는 방증으로, 언제든 다시 유사 사건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이기도 하다.

검찰은 2008년 대검 감찰부장직을 2년 임기의 외부 공모직으로 전환하고, 2010년에는 대검 감찰부를 감찰본부로 확대ㆍ개편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임명된 후인 지난해에는 감찰 일원화 제도도 도입했다. 그러나 감찰활동이 대부분 민원인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나 제보 등 한정된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김 검사 경우 같은 비리를 적발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일반 직원의 비위 사실이나 적발하고 검사 비리에 대해서는 오히려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총장은 이에 따라 '환골탈퇴의 자세로 강력한 감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감찰 제도를 구축하겠다는것이다.

하지만 한 총장의 약속이 곧바로 땅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를 회복시킬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과거 스폰서 검사 이후 김준규 당시 총장이 기소독점주의를 깨기 위해 기소배심제를 약속하는 등 검찰의 위기 때마다 일련의 개혁 대책을 내놓았지만, 검찰 조직 내반발 등으로 실효성 있는 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매번 실패했기 때문이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신뢰는 제도만의 문제가아니다. 깨끗하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검찰 수뇌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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