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면에서 백이 A로 좌변을 두는 게 상당히 좋아 보이는데 김성진이 그 쪽을 외면하고 △로 우하귀에 먼저 걸치자 홍성지가 1, 2를 교환한 다음 얼른 3으로 협공했다. 상대가 손을 뺐으니 반대로 자기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해서 공격의 주도권을 쥐려는 생각이다.
하지만 김성진은 진작부터 좌변을 가볍게 보기로 마음먹었는지 그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다시 4로 우하귀에 한 수 더 뒀고, 홍성지 역시 5, 7로 계속 좌변쪽을 공략해서 두 선수가 서로 '마이 웨이'를 외친다.
백도 이제는 더 이상 좌변을 방치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우하귀에서 평범하게 1, 3으로 둔다면 당장 4로 씌움 당해서 좌변이 몽땅 흑집으로 굳어질 것 같다. 그래서 김성진이 일단 8로 달아난 건 당연한데 홍성지는 그래도 역시 9로 모자 씌워서 계속 상대를 압박했다. 10에는 11이 또 좋은 수다. ▲와의 간격을 자연스럽게 2립3전 형태로 만들면서 B로 양쪽을 들여다보는 수를 노리고 있어서 백이 12로 보강한 건 어쩔 수 없다. 이어서 하변에서 13, 15도 기분 좋은 선수 활용이어서 어느 틈에 국면 운영의 주도권이 흑쪽으로 넘어간 느낌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