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에 있는 '민중의 집'에서 시 강좌를 하루 맡아줄 수 있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그러겠다고 했다. 리플릿에 올릴 강좌 제목도 곧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겠다고 했다. 대답만 시원했다. 어수선하고 두서 없을 나의 이야기에 무슨 타이틀을 붙여야 할지는 며칠을 끌며 생각해도 영 막막했다. 결국 에라 모르겠다, 제목도 막막하게 달아보지 뭐, 하는 심정으로 문자를 보냈다. '시와 함께 벌레 하는 도롱뇽의 방식. 이렇게 타이틀을 잡아주세요.'
벌레 하다. 말을 만들어 놓고 보니 은근히 마음에 든다. 굳이 의미를 새기자면 '하찮다' 정도와 비슷할 수도 있겠는데, 하찮다는 말의 하찮은 뉘앙스가 나는 썩 내키지 않았다. 게다가 '벌레 하다'라고 하니 어쩐지 꿈틀꿈틀 움직이는 느낌도 든다.
그제서야 나는 내 머릿속을 정리해 본다. 시를 쓰거나 읽는 건 이런 게 아닐까 하고. 시를 쓰는 건 그다지 보람 있는 일은 아니다. 돈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세상이 좋아지는 데에 뭘 보탤 수도 없다. 읽는 편에서도 마찬가지다. 엄청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머릿속에 지식이 쌓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토록 하찮고 쓸모 없기 때문에, 우리를 마음의 저 밑바닥으로부터 꿈틀거리도록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여성듀오 무키무키만만수의 노래가 자꾸 입 속에서 왔다 갔다 한다. 무당벌레 장구벌레 풍뎅이벌레 무당벌레 장구벌레 풍뎅이벌레 벌레벌레벌레벌레벌레벌레… 한번 들어보시길. 제대로 벌레 하는 노래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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