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삼남길' 트래킹 코스로 유명한 경기 수원시 서호공원에 200여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곧 3인씩 한 조를 이뤄 길을 나섰다. 그런데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아이 한 명을 어른 두 명이 달라붙어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이채롭다. 50여쌍의 도보 여행자들은 중간중간 마련된 게임과 미션을 즐기며 5㎞의 예정된 코스를 완주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은 인근 복지기관에서 온 저소득가정 아동과 장애아들. 이들을 돌 본 어른들은 코오롱사회봉사단 단원들이다. 코오롱그룹이 가정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진실된 마음은 통하는 법. 처음엔 말문을 굳게 닫았던 아이들은 트래킹이 끝날 무렵, 봉사단원들과 수다를 떨고 장난을 치며 또래의 여느 아이들로 돌아와 있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박치현씨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보니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내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며 뿌듯해 했다. 아이들은 완주 성공 시 약속했던 최신 컴퓨터와 청소기, 책걸상 등 풍성한 선물도 덤으로 받았다..
코오롱사회봉사단은 그룹 차원에서 올해 발족한 사내 봉사단체다. 그동안 계열사들도 자체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해왔지만, 제각각 아이템을 기획하다보니 아무래도 노력에 비해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고민 끝에 그룹의 봉사활동(CSR)을 총괄하는 'CSR 사무국'을 만들었고, 그 결실이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코오롱봉사단이다.
봉사는 임직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직원 가족들, 특히 어린 자녀들이 함께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저소득층 가정ㆍ장애 아동들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스텝으로 일한 김보경(14) 양은 "처음에 시간을 때우는 자리로만 여겼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며 "내년에도 반드시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연 인원은 벌써 3,500명을 넘어섰다.
봉사단은 창단 첫 활동으로 임직원들이 '드림팩'을 제작해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드림팩은 목도리 보온병 손난로 등 방한 용품과 초등생 필독도서 미술품 등 신학기 용품들로 가득 찬 종합 선물세트. 천사의 마음을 상징하는 1,004개의 드림팩은 경기 과천시 코오롱 본사 인근의 지역 공부방에 전달됐다.
이처럼 코오롱사회봉사단의 역량은 미래 세대의 주역인 어린이에게 집중돼 있다. 슬로건부터가 '꿈을 향한 디딤돌, 드림파트너스'이다.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는 멘토이자 동반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봉사단은 '헬로 드림'이라는 대표 프로젝트 아래 비전드림, 희망드림, 건강드림 등 꿈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세 갈래의 지원 정책을 구비하고 있다.
우선 비전드림은 다양한 직업체험을 통해 미래를 탐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유명 인사와 만남을 주선해 자신감을 북돋워 주고, 꿈 경매를 통해 아이들의 자잘한 소망을 직접 들어주기도 한다.
자신의 재능을 찾지 못한 아이들에겐 희망드림 코너가 제격이다. 아이들은 월 1회 지역아동센터에서 열리는 예체능 교육에 참가해 특기와 적성을 발굴하게 된다. 저소득층이 자주 접하기 어려운 뮤지컬, 연극 등 문화체험의 기회도 주어진다.
건강드림은 장애아동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언어 물리 놀이 등 장애아들이 비장애아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야에 전문 치료사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또 나들이를 지원하고 친환경 시설을 꾸며주는 등 장애아의 사회적응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현재까지 사회복지시설 42곳과 협약을 맺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받은 나눔을 갑절로 사회에 돌려줄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 봉사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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