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밤 세종시 한 농원으로 전국의 현장 경찰관 100여 명이 '전국 현장 경찰인 현안 긴급 토론회'에 모여들었다. 이들 대부분은 범죄 현장을 발로 뛰는 경장, 경사 등 하위급 경찰관으로, 궂은 날씨에 휴가를 내거나 고된 업무를 마치자마자 부랴부랴 전국 각지에서 달려왔다. 이들은 하나같이 최근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의 비리 수사를 비롯해 검ㆍ경 갈등 현안에 대해 무언가 얘기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왔다고 했다. 이들 경찰관들은 "비리 검사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검찰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화 된 집단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사건 가로채기에 자극을 받은 듯 일선 현장에서 접하는 검찰의 행태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다.
부산에서 경찰로 30년 일하다 6년 전 퇴직했다는 한 전직 경찰은 "피의자가 검사면 단순 교통사고 조사도 직접 못해서 답답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이런 분위기가 여전히 바뀐 게 없다"고 했다. 경남에서 올라왔다는 한 경찰관은 "피의자가 검찰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매번 영장이 기각돼 수사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일선 하위직 경찰관들의 들끓는 분위기와 달리 토론회 이틀 뒤인 18일 김 검사의 비리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청은 "당분간 검찰 간부 비리 수사를 보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설 뜻을 내비쳤다. 김 검사 비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벌써 일선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경찰관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자르라고들 하는데 경찰 수뇌부는 또 흐지부지 하는 것이냐"며 "머지 않아 우리가 또 이렇게 모여 검찰을 비판하고 경찰 수뇌부를 원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ㆍ경 갈등이 경찰 내부갈등으로 옮아가지 않을 지 걱정이다.
송옥진 사회부 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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