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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 불발… IB 꿈꾸던 5개 증권사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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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 불발… IB 꿈꾸던 5개 증권사 허탈

입력
2012.11.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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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금융자본 위해 위험한 법 통과 시켜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대형 투자은행(IB) 도입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정부를 믿고 신규 사업을 준비해 온 증권사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금융회사에게 헤지펀드 대상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등 종합금융투자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5개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했으며, 헤지펀드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해 이미 수천 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상태다. 하지만 15일 국회 처리가 무산돼 그간 준비해 온 신규 투자를 마냥 미뤄야 하는 상황이다.

A사는 IB사업에 투자하려던 자금을 채권 운용 및 해외법인 강화 부문으로 돌렸고, 자본시장법 통과에 대비해 운용사를 설립한 B사는 매월 수 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C사 관계자는 “증권업계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금융당국을 믿고 자본금을 대폭 늘리는 한편, 한국거래소가 독점해 온 증권거래시스템을 보완하는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의 도입 효과를 검토하는 등 법 개정에 대비해왔다”며 “정부와 국회의 의견 차이 탓에 증권사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증자를 결정한 증권사들은 당장 자본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자기자본 대비 실질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업계 최대인 1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KDB대우증권은 올해 1분기 ROE가 지난해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마련된 것은 2008년 시행된 자본시장법이 당초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증권사의 대형화 및 차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신규 증권사가 늘면서 주수익원인 주식위탁매매를 둘러싼 밥그릇 싸움만 치열해졌다. 새로운 수익모델 구축을 위해 자본금을 확충한 증권사들은 2월에 이어 또 다시 개정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를 기대하고 실시한 증자 및 제반 신규사업 준비가 물거품이 됐다”며 “업계 생존이 걸린 사안을 등한시하는 정치권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 무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금융회사의 대형화 및 위험 투자를 막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소수 금융자본을 위해 국가 경제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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