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 잘 나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등으로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아시아 무대에서는 좀처럼 정점을 찍지 못했다. 각급 남자 대표팀을 통틀어 200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선수권을 제패한 이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은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정상을 밟지 못했고, 아시안컵은 1960년 우승 뒤 50년 넘게 무소식이다. AFC 16세 이하 선수권에서도 2002년 우승이 마지막이었다.
'이광종호'가 한국 축구의 이 같은 아시아 제패 갈증을 드라마틱하게 풀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끈 한국축구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라스 알 카이마의 에미리츠 경기장에서 끝난 2012 AFC 19세 이하 선수권 결승에서 이라크를 승부차기 접전 끝에 물리치고 8년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0-1로 뒤지다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은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4-1로 승리해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한국은 이로써 19세 이하 선수권에서 통산 12번째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전반 35분 무한나드 압둘라힘 카라르에게 선제골을 헌납해 경기 내내 끌려갔다. 김현(전북)과 문창진(포항)을 앞세워 끊임없이 이라크의 골문을 두드리다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해결사는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 문창진이었다. 후반 추가 시간 페널티 지역에서 상대 수비의 머리에 맞고 흐른 공을 잡은 문창진은 한 번의 볼 터치로 수비수를 따돌린 뒤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 네트를 갈랐다. 문창진은 이번 대회 4경기 연속 골을 터트렸다.
연장 전ㆍ후반 30분 동안 승부를 내지 못한 한국은 '11m의 룰렛'인 승부차기에서 침착하고 과감한 슈팅으로 챔피언이 됐다. 한국은 4명이 모두 성공했고, 이라크는 두 번째 키커의 슈팅이 골 문을 벗어난 데 이어 세 번째 키커의 슈팅도 골키퍼 이창근(부산)의 선방에 막혔다.
이번 19세 이하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로 꼽혔다. 프로팀 소속이 4명에 불과했고, 고교생이 4명이나 포함됐을 만큼 선수 구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광종 감독은 "조별 리그 때부터 득점 훈련과 승부차기 훈련을 함께했던 게 큰 효과를 봤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집념이 이끌어낸 승리"라며 소감을 밝혔다. 2004년 대회에서 코치로 우승 컵을 따낸 이 감독은 "자신 있게 승부차기에 임하라고 주문 했는데 선수들이 훈련했던 것처럼 잘 찼다"고 말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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