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속구단과의 자유계약선수(FA) 협상 사흘째인 지난 12일 오후. LG는 이진영(32)과 정성훈(32)의 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정확히 말하면 이진영이 11명의 FA 신청자 가운데 '1호'였다. 4년간 총액 34억원. 한 번도 하기 어려운 '잭팟 연타'를 터뜨린 것이다. 4년 후면 이진영의 나이는 37세. "LG에 뼈를 묻겠다"고 했던 그를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감독님과 (이)병규형 떠날 수 없었죠"
이진영은 올 시즌 FA 시장에서 일찌감치 여러 팀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어느팀에 가도 당장 중심타선으로 활약할 수 있기 때문. "(이적)고민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판단이 오래 걸리진 않았어요. 김기태 감독님과 (이)병규형, (박)용택이형과 함께 포스트시즌에 나가자고 다짐했으니까요."어느덧 그의 나이는 33세. 베테랑이 많은 LG에서도 이진영은 고참으로 분류된다.
나를 만든 8할은 강병철, 김성근, 김기태 감독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1999년 1차 지명으로 쌍방울에 입단한 이진영은 이듬해 곧바로 주전을 꿰찼다. 강병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주변의 반대에도 강 감독님은 저를 가능성만 보고 꾸준히 기용을 해 주셨죠."강 감독의 배려로 야구에 눈을 뜬 이진영은 2007년 부임한 김성근 감독의 조련을 거쳤고, 지난해 김기태 감독과 만났다. "김성근 감독님은 저를 한 단계 더 성장시켜주신 분, 김기태 감독님의 제 야구 인생의 멘토예요."
이호준 보며 떠오른 SK와 이별의 아픔
"(이)호준이형의 심정이 이해가 가요."이진영과 대화를 나눌 즈음 이호준의 NC행 소식이 전해졌다. 2008년말 첫 번째 FA 자격을 얻은 이진영이 LG로 이적하자 SK 팬들은 '돈 때문에 친정팀을 버렸다'고 손가락질을 했다. 하지만 당시 SK와 LG가 제시했던 총액 규모는 차이가 없었다. "SK와 우선협상기간 동안 30분씩, 두 번 만난 게 고작이었어요. 9년 동안 뛴 SK를 떠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었는데 저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죠."SK는 이진영이 LG로 이적하자 당시 이진영에게 돌아갈 우승 보너스의 절반만 내 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근 감독님의 플래툰 시스템 때문이었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이진영이 SK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는 4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었다.
'국민우익수'만들어 준 국가에 마지막 보답
이진영은 최근 발표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5명 엔트리에 포함됐다. 3회 연속 개근이다. 이진영에게 WBC는 '국민우익수'라는 별명을 안겨 준 대회다. 1회 대회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라운드 일본전에서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일본 관중들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벌써 6년 전이네요. 이제는 대표팀에서도 고참인 만큼 후배들을 도와 또 한번 좋은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야구장에서 늘 웃고, 늘 반갑게 맞아주는 이진영은 취재진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긍정적으로 야구하자는 게 제 철학입니다. 성적에 따라, 기분에 따라 일희일비하면 정신 건강에만 해롭지 않겠어요."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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