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시진핑 시대에 반부패 기대 커 그러나 해결 쉽지 않을 듯
기득권과 연결된 태자당과 상하이방 보수파가 상무위원 주류, 정치 개혁 쉽지 않은 구조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10년 동안 경제가 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집값이 너무 올랐고 관료 부패는 국민당 시절보다 더 심해졌다.”
베이징(北京)의 회사원 왕민(汪珉ㆍ40)씨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부패 척결 의지가 강하다고 하니 앞으로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시 총서기가 결정된 후 중국 인민들이 시 총서기에게 거는 가장 큰 기대는 바로 부패 척결이다.
이러한 바람은 그가 푸젠(福建)성 시절 보여준 성과에 고무된 측면이 강하다. 시 총서기는 1985~2002년 푸젠성에서 샤먼(廈門)시 부시장으로 출발, 성장까지 거치면서 뇌물 수수 공무원을 적발하고 처벌하는데 힘을 쏟았다. 푸젠성은 대만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상 군사 시설 등이 많아 발전은 더디고 공무원 부패는 만연해 있었다. 푸젠성 최대의 산업이 권력을 쥔 공무원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시 총서기가 푸젠성장이던 1999년 밀수와 탈세액이 830억위안(약 14조5,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부패 사건이 터진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당시 그는 2,000명 가까운 간부를 적발, 징계했다. 푸젠성 1인자 천밍이(陣明義) 서기를 비롯, 고위급 간부만 300여명이 처벌을 받았다.
시 총서기는 ‘곰 발바닥과 생선은 함께 얻을 수 없다(魚和熊掌不能兼得)’는 맹자의 말을 신조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통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이번에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로 선출된 것도 반부패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뿌리 깊은 부패가 하루 아침에 척결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누구보다 반부패를 외쳤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마저 축재설 의혹을 받고 있을 정도다. 시 총서기도 누나 등 가족의 자산이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부패 척결이란 이름 아래 실제로는 정파간 권력 암투가 전개되는 점도 문제 해결의 난맥상을 보여준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를 법의 심판대에 올리는 데 무려 6개월 이상이 걸린 것은 그 만큼 반발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 부패가 정치 개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 체제에서는 부패 척결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임 상무위원 7명 중 그나마 진보적 성향의 개혁파로 분류되는 인사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한 명뿐이다. 당 원로나 고위 관료 자녀를 일컫는 태자당과, 기득권을 쥔 보수 성향의 상하이방(上海幇)이 주류인 새 지도부의 면면을 볼 때 투명성과 민주화를 핵심으로 하는 정치 개혁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시 총서기의 정파를 뛰어넘는 폭 넓은 인맥이 오히려 부패 척결과 정치 개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의 한 대학 교수는 “감시 받지 않는 권력은 썩기 마련이어서 중국공산당의 일당 독재가 계속되는 한 근본적 부패 척결은 불가능하다”며 “당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장치를 만들고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수 있도록 사상의 해방을 실현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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