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이 계속된 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이날부터 20일까지 태국, 미얀마를 거쳐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는 일정이다. 재선 성공 이후 첫 방문지로 아시아를 택한 것인데 과거 같았으면 백악관 지하 상황실에서 중동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순방을 시작한 것은 아시아 재균형(중심) 전략에 대한 미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톰 도닐런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군사적 (역할) 수행에서 중동에서는 과체중, 아시아에서는 저체중이었다”고 말했는데 뉴욕타임스는 이 발언에서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의 한 인사는 “(중동 사태를 이유로) 아시아 순방의 취소를 고려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기는 해도 오바마는 현재 가자지구 사태를 비롯해 시리아 및 이란 등 중동 문제에 개입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만약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작전에 들어가면 헤즈볼라, 이란, 시리아 등 중동의 친 하마스 세력들이 가세해 의외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오바마는 물론이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 도닐런 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부 수뇌부들이 몸은 아시아에 있어도 신경은 중동 쪽으로 곤두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벤 로즈 미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미국의 외교안보 수뇌부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 및 이들 국가의 외교ㆍ안보 장관들과 수시로 통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 조치를 존중한다면서도 지상전으로 확대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집트와 터키를 통해 하마스도 압박하고 있다.
한편 로즈는 이날 오바마가 미얀마 정부에 북한과의 군사적 관계 단절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09년 12월 태국에서 적발된 북한발 항공기 적재 무기의 행선지가 하마스라는 사실도 이날 미국 관리로는 처음 확인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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