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때 교원 지위 박탈
정권비판 막으려 고등교육법 손대
DJ, 교원 지위 회복 약속 안지켜
이주호 장관 "해결" 공언도 공수표
비·인도네시아 등 3국만 교원 권리 없어
작년말 교원 지위 인정했지만
권리는 인정 안해 빈껍데기
의사 교수들 급료문제 해결이 목적
정규직 20% 강사 충원 조항 신설
정규직 편입 안된 강사 생계 위협
반값등록금 투쟁도 문제
대학 스스로 비용 내게 해야지
왜 세금으로 대학 배불리나
교수와 임금 차이도 너무 커
다른 비정규직과 똑같은 문제
국회의사당 맞은 편, 국민은행 앞에는 텐트가 있다. 강사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오늘로1,901일째 농성중인 김동애(65)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 대표의 주중 살림집이다. 텐트 앞에는 흙이 담긴 나무둥치에 장미꽃이 피어 있다. 미사 성수반으로 가져다 놓았더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버려서 흙을 담고 꽃을 심었다. 나무둥치에는 버섯까지 돋았다.
처음에는 통보도 없이 대우교수에서 시간강사로 임금이 절반 준 것이 억울해서 학교에 직위해제 및 감봉무효 소송을 걸며 시작이 됐다. 강사들의 처우가 열악한 것을 따지다 보니 강사는 교원이 아니었다. 근로자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교육공무원법에도 사립학교교원법에도 연금법에도 근로기준법에도 대상이 아니었다. 강사들은 어디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를 싸우다 보니 13년이 흘렀다. 작년에 갑작스레 강사들에게 교원 권리를 인정해줘서 웬일인가 했더니 꼼수가 숨어 있었다. 그는 반값등록금식 해법 역시 대학의 잘못은 덮어둔 채 나랏돈으로 대학을 배불리는 방식이 된다며 사회가 진짜 문제에 눈뜨라고 강조했다.
_어떻게 지내세요?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까지 여기(텐트)에서 살아요. 금요일에 고향이자 작년에 경기도 부평에서 이사한 충남 당진으로 내려가요. 거길 매주 내려가는 것은 환경문제가 심각해서요. 마을 앞에 철강공장이 있는데 그나마 산이 세 개 있어서 분진을 막아주었거든요. 그런데 하나를 없애더니 나머지 두 개까지 까서 평지를 만들려고 해요. 매주 금요일 오후 다섯 시부터 여섯 시까지 당진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요. 남편(김영곤 고려대 강사 63)이 지역사회 운동가들한테 강의하는 걸 마치고 나면 거의 자정되어 집에 들어가지요. 일요일이면 다시 서울 올라와서 텐트 생활하며 매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하고 있습니다. 중풍 위기도 세번이나 넘겼고 갑상선 기능저하증도 앓고 있습니다. 우리 나이가 더럭더럭 아플 나이잖아요."
_자제분은 다 자랐고요?
"큰 애(36)는 고려대 사학과 나와서 KBS기자로 일하고 있어요. 출가해서 딸도 둘이고요. 어렸을 때는 엄마가 강사 다닌다고 알아서 하라더니 이제는 손주라도 봐주지 또 이런다고 뭐라 해요.(웃음) 둘째(33)는 서울대 수학과 나와서 직장 다니다가 뒤늦게 대학원 들어갔어요. 독립해서 잘 살아요. 제가 강사할 때부터 애들 아침을 늘 김밥으로 싸놓고 나가니까 우리 애들은 지금도 김밥을 싫어해요. 대안학교 같은 데에서 특강 요청 오면 저는 못한다고 해요. 엄마 아빠 이러니 너희가 공부 못하면 사람들이 절망한다, 그러니 너희는 학교공부 열심히 하라고 한 사람인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_원래 강사였지요?
"숙명여대 사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75년에 결혼을 했어요. 남편은 학생운동을 했고 71년 전태일의 죽음을 보고 마음 아파한 대학생의 한 명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어요. 저는 남편 뒷바라지에 아이들 키우다가 83년에야 대만사범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중국근현대사를 전공했어요. 북경대학을 설립한 채원배를 존경했고 좌와 우를 모두 설득하면서 혁명이 아니라 혁명에 기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그런 교육자가 되고 싶어했지요. 남편이 노동운동으로 13년 동안 수배상태니까 교수되는 기회도 여러 번 놓쳤어요. 논문도 제대로 쓴 것이 없고요. 생활비 벌고 애들 키운다고 이곳 저곳 강의를 마다 않고 다니다가 99년에 막내가 대학에 들어갔으니까 그때부터 논문을 본격적으로 써보겠다고 다른 대학 강의는 다 접고 대우교수를 하는 한성대학 강의만 했어요. 그런데 임금을 받아보니 통보도 않고 대우교수의 절반인 일반 강사 급료인 거예요. 진작에 말했으면 다른 학교 강의를 접지도 않았을 텐데. 지금도 그렇지만 대학강사는 계약서도 쓰질 않거든요. 그래서 99년 11월에 대학에 직위해제 및 감봉무효와 퇴직금 소송을 걸었지요. 변호사조차 지는 싸움이라고 말려요. 그래서 사회를 위해 지는 싸움이라도 하겠다고 했어요. 싸우다보니 강사들이 근본적으로 법적 지위가 없는 게 문제였어요. 박정희가 77년에 박정희 정권에 비판적인 교원 600명의 교원지위를 박탈하면서 비판적인 젊은 교육자들이 대학에 揷牡甄?것을 막기 위해 고등교육법상 교원 자격에서 강사를 빼버렸어요. 90년대 초반에 일부가 교원지위를 회복해달라는 움직임은 있었고 DJ(김대중 대통령)가 당선이 되기 전에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사람들을 만나서 교원지위를 회복시켜주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97년에 노동운동을 접고 8년 4개월동안 자료를 찾아 라는 책을 냈어요. 그 책을 보고 고려대 강수돌 교수님이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고려대에서 '노동의 역사 노동의 미래'라는 강의 하나를 맡고 있어요. 남편의 강사 수입인 월 40만원이 우리 부부의 총 수입입니다. 전국의 대학강사들이 7만명쯤 되는데 평균 강의시간이 4.2시간이니까 연봉 600만원인 사람이 많아요."
_결국 작년말로 대학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고등교육법이 바뀌었잖아요.
"그런데 교원 지위를 인정한다는 것만 바뀌었지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연금법에서 적용을 제외한다는 단서 규정이 붙어서 빈껍데기인 거예요. 제가 한성대를 상대로 퇴직금 소송을 할 때 강사의 1시간 강의는 노동시간으로는 세 배를 곱해야 한다고 내세웠어요. 교수가 1시간 강의하면 강의 준비하는 시간, 강의하는 시간, 평가하는 시간, 세 배가 드니까요. 2003년에 고법에서 이걸 인정해서 퇴직금을 받았어요. 당시 서울대 강사 한 분이 자살을 하면서 제가 인정받은 셈이지요. 그런데 당시 대법이 매우 보수적이라서 만일 이 판결이 대법에서 뒤집어지면 판례가 되잖아요. 그래서 대법으로 안가고 국가인권위원회로 가져갔어요. 2004년에 인권위에서 교원이라는 표현은 안 썼지만 물적 개선과 신분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권고안이 나와요. 2004년에 서울대 공대에서 불이 나서 강사가 다치자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를 적용해주겠다고 하니까 55개 대학에서 행정소송을 냈어요. 강사들은 일용직이기 때문에 산재보험을 해줄 수 없다. 2007년에 대법원에서 대학측 요구를 기각하면서 강사들이 일용근로자가 아니라 단기근로자라는 근로자성이 인정받습니다. 그러면 강사들이 근로자로서 권리를 요구해야 하는데 아무도 요구를 안해요. 최저임금제의 보장을 받고 방학중에도 급료가 나와야 하거든요. 저희가 근로기준법을 들고 나오니까 당시 검사가 강사는 가르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고등교육법 대상이다, 근로기준법에 매달리지 말고 교원회복운동을 하라고 권해요. 그 말이 옳다 싶어서 그때부터 텐트를 치고 고등교육법 개정에 나섰던 겁니다. 2007년 9월 7일이에요. 세계적으로 강사에게 교원지위가 없는 나라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우리나라 밖에 없어요. 가르치는 사람들은 다 특수노동자, 교원지위가 맞는 거니까 신분보장을 하라고 나선 거지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던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의원직을 내걸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고 여당인 열린우리당, 민노당까지 교원 지위를 주는 것으로 공동발의해서 믿었어요. 12월 19일이 대선이지요, 다음해 4월에는 총선 있지요, 금방 해결될 줄 알고 천막을 쳤어요. 임금은 국립대학 전임강사 초봉(4,500만원)의 절반 정도를 받는 것으로 요구했지요. 그런데 법안심사 소위만 요란하게 몇 번 열리더니 끝나버리더라고요. 그때부터 텐트를 걷지 못하고 있어요."
_교원으로 실질적인 권리는 인정 안하면서 교원이라는 지위를 인정한 의미가 뭐지요?
"저희도 그게 이상해서 알아보았더니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작년 말에 감사원이 등록금이 바로 산정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4년제 대학 179개 가운데 35개 대학을 조사해서 보고서를 냈어요. 그 자료에 따르면 7개 의과대학이 14개 연관 병원의 의사들에게 교수의 지위를 부여하고 대학 등록금으로 의사들의 임금을 지급했습니다. 이 금액이 모두 3조3,000억원이나 됩니다. 삼성병원의 의사 월급을 성균관대학에서 지불을 한 거에요. 의사들에게 교수라는 대우를 해주면서요. 그러니까 등록금이 터무니없이 오를 수 밖에 없지요. 최근 10년 동안 등록금이 77%가 올랐어요. 제가 강사들에게 교원지위를 줘야 한다니까 성균관대 교무처장이 나와서 7만명 강사들에게 철밥통을 주는 일이라고 반대를 하더니 이번 법 개정에는 반대를 안했어요. 왜 그런가 했더니 바로 이 감사원 보고서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의사들을 임상강사라는 이름으로 대학에서 그냥 급료를 줄 수가 없게 됐잖아요. 그러니까 이들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자는 게 진짜 목적이에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또 하나 조항이 생겼는데 현재 61%로 되어 있는 정규직 비율에서 20%를 대학강사로 충원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이게 바로 병원 임상강사를 정식 교원으로 만드는 장치인 것이지요. 61%는 정규직으로 두라는 것도 권고사항이라 안 지키는 대학이 많거든요. 시행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고칠 수 있으니 정규직에 포함되는 강사 비율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더 늘릴 수 있어요. 다른 대학俑?강사를 정규직처럼 쓸 수 있게 되니까 더 적은 돈을 들이고 대학운영이 가능하고요. 대학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61%쯤 됩니다. 강사를 정규직으로 쓰려면 주당 9시간 강의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으니 누군가 9시간으로 정규직에 편입되면 나머지 강사들의 강의시간은 더 줄고 생계를 위협받는 지경으로 몰리는 겁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반값등록금 투쟁만 하고 있으니 답답해요."
_반값 등록금 투쟁이 왜 문제가 되나요?
"세금이 대학을 배불리는 데 쓰여지니까요. 강사료도 국립대학은 올렸어요. 2011년에 6만원. 2012년에 7만원, 내년에는 8만원이에요. 그런데 사립대들이 왜 꿈쩍 안 하는지 아십니까? 국고에서 보조해달라는 겁니다. 작년에 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투쟁을 하니까 대학들이 등록금 2%를 깎았어요. 그런데 국고에서 대학을 5% 지원해줬어요. 그럼 세금으로 대학에 3% 나간 거예요. 지금 민주당조차 반값 등록금 해주고 국고에서 지원해주겠다 그러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예요. 중산층이 대학을 보내는데 세금이 거기 쓰인다면 없는 사람들 등쳐먹는 거잖아요. 비싼 등록금 국고에서 지원해주고 강사비도 국고에서 내주고 그런 나라가 어디 있어요? 대학 실태를 보세요. 대학 등록금 수입이 50조가 넘어요. 그런데 이걸 제대로 쓰지 않고 부동산 투기하고 건물 짓고 그러면서 자꾸 등록금을 올려 충당하는 것인데 그걸 파헤쳐서 대학 스스로 비용을 내게 해야지 왜 자꾸 세금으로 반값 등록금을 해주냐고요."
_승산 없는 싸움이 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계속하세요?
"승산 없는 싸움인데 상식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들어보면 이 문제 해결해야 된다고 해요. 그러면 누구든 소리를 질러야 하잖아요. (웃음)"
선임기자 hssu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