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국가 아일랜드가 낙태 허용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17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는 여성 1만여명이 지난달 임신 중 숨진 사비타 할라파나바르의 사진과 촛불을 들고 추모시위를 했다. 한 참가자는 “50년 전 내 어머니도 비슷한 이유로 세상을 떠났다”며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31세의 인도 출신 치과의사 할라파나바르는 임신 17주째인 지난달 17일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이를 유산 증상으로 판단하고 태아가 생존할 가능성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태아가 살아있는 한 낙태를 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했다. 의료진은 태아가 숨을 거두자 24일 수술을 했지만 할라파나바르는 패혈증이 악화해 28일 사망했다. 유족과 여성단체는 좀 더 빨리 낙태수술을 했다면 할라파나바르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을 믿는 아일랜드에서는 낙태가 불법이다. 1992년 아일랜드 대법원이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 낙태수술을 할 수 있다고 결정했지만 아일랜드 정부는 지금까지 관련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낙태수술을 거부하고 있으며 한 해 4,000~5,000명의 임신부들이 영국으로 건너가 수술을 하고 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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