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의 5세대 지도부가 출범했다. 새 시대를 이끌어갈 이들의 다짐을 듣고 이들에게 던져진 과제를 점검해본다.
“우리(중화) 민족은 위대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15일 전세계에 던진 취임 일성이다. 그는 이날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총서기로 결정된 직후 내외신 기자 상견례에서 “중화 민족은 지난 5,000여년 동안 인류 문명의 진보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앞으로 전세계를 어떻게 대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 총서기는 회견장에서 특유의 굵은 목소리로 다른 상무위원들을 일일이 소개한 다음 준비한 원고를 낭독했다. 그는 “주어진 사명을 반드시 완수, 욕되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 새 지도부에 주어진 책임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첫번째 중대한 책임은 민족에 대한 것이다. 시 총서기는 “근대 이후 우리는 고난과 위기를 겪으며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항쟁했지만 실패했다”며 “그러나 공산당 성립 이후 인민과 힘을 합쳐 분투한 결과 가난하고 낙후했던 옛 중국이 풍요롭고 부강한 신(新) 중국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화 민족은 더욱 힘을 길러 인류에 더 공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가 제시한 두번째 책임은 인민에 대한 것이다. 시 총서기는 “우리 인민은 근면하고 용감하며 지혜롭고 우수한 문화를 창조했다”면서 “인민은 더 나은 교육과 일자리, 수입, 사회보장, 의료, 환경 등을 원하는데 이것을 달성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적시했다. 시 총서기는 “우리의 책임은 개혁개방을 견지하고 사회 생산력을 높여 대중의 어려움을 해결함으로써 확고부동하게 공동 부유(富裕)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시 총서기가 밝힌 세번째 책임은 당에 대한 것이다. 그는 “우리 당은 인민을 위한 당인 만큼 일부 당원의 부패와 독직, 대중과의 단절, 형식주의, 관료주의 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총서기는 특히 “인민은 역사의 창조자이며 대중은 진정한 영웅”이라면서 “한 사람의 역량엔 한계가 있지만 만민이 한 마음으로 힘을 합치면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이 없다”고 설파했다. 또 “한 사람의 근무 시간엔 끝이 있지만 인민을 위한 전심전력에는 끝이 없다”고도 목소리를 냈다.
시 총서기는 20분간의 연설 마지막에 “책임은 태산보다 무겁고 갈 길은 멀다”며 “우리는 시종일관 인민들과 마음을 터놓고 그들과 동고동락하며 힘을 합쳐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일해 역사와 인민을 향해 합격 답안지를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시 총서기의 발언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자신감과 중화 사상의 발로를 확인시켜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경제 개혁과 대외 개방을 지속, 공동 부유의 길로 가겠다는 것은 성장 위주의 발전 전략을 흔들리지 않고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평소 당의 순결성을 강조해 온 그가 다시 단호하게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한 것은 향후 전사회적인 정풍 운동을 불러올 것이란 전망을 낳는다.
그러나 민주화 및 정치 개혁이나 빈부 격차 해소, 공평과 정의에 대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어 중국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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