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처럼 가벼우면서도 강철처럼 강한 꿈의 신소재, C-섬유(탄소섬유ㆍCarbon Fiber)가 뜨고 있다. 강한 내구성과 다양한 쓰임새, 높은 수익성 덕분에 국내 업체들도 속속 상용화에 뛰어 들고 있다.
탄소섬유는 말 그대로 탄소로 만든 실이다. 유기섬유를 비활성 기체에 넣고 1,000~1,500도에서 열을 가한 뒤 탄화(炭化)처리를 하면 순수 탄소원자(90% 이상)로 이뤄진 실이 나온다.
탄소섬유의 최대 미덕은 강철보다 강한 강도에 있다. 섬유 자체가 육각 고리결정 형태를 띤데다, 실 한 가닥에 수천개의 섬유가 꼬여져 있어 철과 비교해 10배 이상의 강도를 지닌다. 업계 관계자는 "방탄복에 사용되는 탄소섬유는 같은 슈퍼섬유인 아라미드와 견줘도 지탱력이 2배나 높다"고 말했다.
게다가 탄소섬유의 밀도는 철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해 경량화에도 안성맞춤이다. 미국 항공사 보잉의 차세대 여객기 보잉787은 동체 무게의 50%를 탄소섬유 복합재로 만들고 있을 정도. 부가가치도 높아 산업용 섬유에 비해 가격이 5~10배나 비싸다.
힘은 세면서도 무게는 가벼운, 초경량ㆍ고강도 소재이다 보니 활용분야는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다. 탄소섬유는 1971년 일본 도레이사가 상업화에 처음 성공한 이후 20여년 간 낚싯대나 항공우주 분야 등으로 용도가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기술 개발과 함께 수요가 폭증하면서 자동차, IT, 조선, 스포츠ㆍ레저 등 일반산업 분야로까지 쓰임새가 대폭 확대됐다. 95년 8,600톤에 그쳤던 세계 탄소섬유 시장수요는 2010년 2만9,800톤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2020년쯤이면 13만톤(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섬유의 성장세를 간파한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화학섬유업계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스판덱스 이후 내세울만한 고부가가치 제품이 없었던 게 사실. 여기에 지난해까지 우리나라는 연간 탄소섬유 수요(2,400톤)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포문을 먼저 연 곳은 태광산업이다. 태광은 2009년 탄소섬유 기술을 독자 개발한 후 울산에 1,500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준공하고 올해 3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지만 화재로 공장가동을 중단했다가 지난 9월 생산을 재개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태광은 현재 원료에서 제품에 이르는, 탄소섬유 생산 수직계열화를 갖춘 유일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지난해 개발한 중성능 탄소섬유의 양산을 위해 전북 전주 친환경복합산업단지에 연산 2,000톤 규모의 공장 건립을 진행 중이다. 도레이의 한국법인 도레이첨단소재 역시 경북 구미에 탄소섬유 공장을 짓고,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의 측면 지원도 가시화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15일 'C(탄소)-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탄소섬유 등 6개 탄소소재에 대해 기술개발 및 산업화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탄소소재 원료인 석유 석탄은 전량 수입하지만 이를 가공해 산업에 적용할 경우 부가가치는 최고 230배까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래 성장잠재력이 큰 만큼 C-산업의 밸류체인을 만드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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