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이 중국 최고 지도자가 되는 데 쐐기를 박은 사건은 5년 전 17차 당대회에서 그가 리커창(李克强)을 상대로 거둔 역전승이었다. 당대회 직전까지 시진핑을 차기 지도자로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적극 후원한 리커창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대회에서는 시진핑이 상무위원 9명 중 서열 6위로 부상해 서열 7위가 된 리커창을 제쳤다.
역전의 배후에는 태자당의 핵심 쩡칭훙(曾慶紅) 당시 부주석이 있었다. 아버지 대부터 시진핑과 인연을 맺은 그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과 후 주석의 공청단파의 암투를 이용해 시진핑을 차기 지도자로 안착시켰다.
한때 장 전 주석의 최고 심복이었던 쩡 전 부주석은 2002년 16차 당대회 때 장 전 주석이 후 주석에게 군 통수권을 넘기지 않는 등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실망해 후 주석에게로 돌아섰다.
쩡 전 부주석은 17차 당대회 직전 부패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된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시 당위원회 서기의 처분을 둘러싸고 장 전 주석과 또 한번 갈등을 빚었다. 장 전 주석은 '포스트 후진타오' 시기에 등용하려 했던 천량위를 처벌하고 싶지 않았는데 상무위원회의 기소 여부 결정 과정에서 쩡 전 부주석의 기권이 천량위 기소로 이어졌던 것이다. 상하이방측 3명은 기소에 반대하고 나머지 3명은 찬성한 상황에서 쩡 전 부주석이 기권하는 바람에 의장인 후 주석의 재량으로 기소가 결정됐다.
격노한 장 전 주석은 쩡 전 부주석의 은퇴를 요구했지만 후 주석은 그를 17차 당대회 비서장으로 임명하며 방어했다. 쩡 전 부주석의 거취에 계파간 갈등이 개입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쩡 전 부주석은 은퇴를 받아들일 테니 시진핑에게 차기 총서기 자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장 전 주석이 난색을 표하자 은퇴가 결정된 상하이방 측 상무위원들의 유임을 거론하며 더 강하게 압박해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장 전 주석과 쩡 전 부주석은 올해 9월 함께 오페라를 관람한 사실이 보도돼 두 사람이 화해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쩡 전 부주석은 자신이 민 시진핑의 총서기 등극이 결정된 이번 18차 당대회 기간 동안 유난히 자신 있고 밝은 얼굴을 보였다. 시진핑 체제를 탄생시킨 주역으로서 새 지도부의 막후 실세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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