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검 부장검사급 김광준(51) 검사 비리 의혹 이중수사 논란과 관련해 '혹시나' 했던 검찰과 경찰의 만남은 '역시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났다. 초유의 이중수사 사태를 부른 두 기관의 충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과 경찰은 15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검찰이 지난 13일 제안하고 경찰이 수용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검경 수사협의회를 비공개로 가졌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안은 명백한 검찰의 사건 가로채기이자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항의하고 "재발 방지 대책으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ㆍ킥스)을 통해 수사 개시 시점을 확인해서 (수사권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경찰은 김 검사 비리 의혹에 대해 특임검사팀이 진행하고 있는 수사 이외의 부분을 계속 자체적으로 수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한다고 해서 이중수사라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킥스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수사 개시 여부를 계속 확인하고 있을 수가 없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협의회에 참석했던 대검 관계자는 "경찰의 제안을 검토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검경은 다음 주 초 다시 만나 논의할 방침이다.
이 같은 결과는 예상됐던 것이라는 평가다. 검찰의 수사협의회 개최 제안 자체가 여론을 의식한 성격이 강했던데다, 검경 어느 한쪽이 수사 의지를 접고 양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검경은 지난 1~9월 4차례에 걸쳐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수사협의회를 열고 피의자 호송, 경찰의 내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 이송지휘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친 전례도 있다.
결국 검경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검찰은 지난 14일 경찰이 서울중앙지검에 신청한 김 검사 명의 실명 은행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2차 충돌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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