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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엔 안보리에서 한국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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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엔 안보리에서 한국의 역할을 기대한다

입력
2012.11.1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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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점점 더 높은 위상을 얻어가고 있다. 경제적으로 한국은 현재 조선ㆍ자동차ㆍ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국가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세계 200여개국에 상품을 공급하는 산업ㆍ무역 강국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대다수 국가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은 무역 1조달러를 달성, 세계 9위의 무역 대국으로 부상하였고, 국가 신용등급도 오히려 상승하는 등 세계에서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제정치 분야에서도 한국의 위상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G20에 이어 핵안보 정상회의 등 대규모 국제행사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중추척 역할을 발휘했다. 녹색성장 등 글로벌 핵심 어젠다를 선도해 나가면서 세계 많은 나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재진출 성공은 이러한 한국의 높아진 위상과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안보리 이사국 진출은 국제사회가 한국에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동시에 높은 책임감을 동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가 크고 작은 분쟁으로 어려움에 처한 오늘날 국제평화와 안보를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국가간 관계에서 '신뢰의 결여'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신뢰의 결여는 시리아, 이란,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등 전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위기 상황의 해결을 저해하고 있다. 또 유엔 안보리에서의 국제현안 논의가 유엔헌장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인해 이해관계가 다른 상대방을 강요하는 부작용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같은 현상은 국제평화와 안전이라는 유엔의 목적 달성을 저해하고 국제법의 모든 체제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유엔헌장은 다극화된 국제질서의 원칙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과거 냉전시절의 양극체제는 사라졌고, 오늘날의 일극체제도 여기저기서 불완전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유엔 회원국들에게는 군사ㆍ정치적 갈등을 극복하고 국제현안에 대한 공동의 해법 모색 등을 통해 다극주의와 세계통합이라는 당초의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한국이 운명적으로 유엔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은 잘 알려져 있다. 우선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의 한국은 앞으로 북핵문제를 비롯 북한 위기관리 등 한국이 당면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국제평화유지와 안보는 물론 최근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항인 시리아 사태, 아프간 문제 등 주요 지역ㆍ국제적 현안 해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안보리 이사국으로서의 과업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내실을 기하며 수행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가난하고 권위주의적 통치체제를 가졌던 한국은 한 세대 만에 세계적 수준의 산업ㆍ무역 강국이자 민주주의 제도와 선진 시민사회를 확립한 국가로 변모한 저력을 갖고 있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특별한 경험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서구국가들은 한국이 6ㆍ25 직후 '희망없는 나라'에서 벗어나 짧은 기간에 민주주의 체제 확립에 이어, 이제는 원조공여국으로서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국으로부터 경제발전 경험을 전수받은 많은 제3세계 국가들도 한국에 신뢰감을 표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독특한 경험을 살려 평화유지, 대테러는 물론, 빈곤ㆍ보건ㆍ위생ㆍ환경ㆍ여성 및 아동 인권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이어주는 중재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제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제 본격적으로 과거 양자 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 국제사회 중견강국으로서 각국의 입장을 조율하고 해결책도 제시함으로써 한국 고유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

유엔 회원국들은 안보리 이사국 한국이 앞으로 국제정치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독립적 행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여 위상이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바센초프 전 주한 러시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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