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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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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입력
2012.11.1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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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신문 기사를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 기사 주변에, 심지어는 기사를 뒤덮고 나오는 너절한 광고 때문이다. '최신 블랙박스 현금 없이 0원에 받으시겠습니까'나 옷 광고, 인터넷 쇼핑몰 선전 같은 건 그래도 점잖은 편이다. 한 인터넷 매체의 '오바마 재선, 미국과 세계의 미래는'이라는 국제 기사를 클릭하면 나오는 광고는 가관이다. '성인 여자 사로 잡는 비법 대공개!' '클수록! 좋아! 탐내는 그것!''연예인 꿀복근! 알고 봤더니… 경악'.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인터넷 매체의 사정이 비슷하다. 성형, 다이어트, 섹스와 관련된 광고들이 그와 전혀 무관한 인터넷 기사들 주변에 수도 없이 달려 있다. 물론 이유가 있다. 인터넷 매체는 월급 받고 일하는 기자가 취재해서 쓴 기사를 인심 좋게도 무료로 제공한다. 종이신문처럼 기사를 팔아 얻는 소득이 전무하다. 광고가 수익의 전부다. 하지만 그 광고를 입맛에 맞게 고를 형편까지는 안 되니 얼마라도 준다면 이 광고 저 광고 다 실을 수밖에 없다. 인터넷 기사를 볼 때마다 나는 짜증은 실은 공짜로 기사를 보는 대가인 셈이다.

인터넷매체 프레시안이 최근 '독립언론 프레시안'이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매체가 들고 나온 '독립'은, 진보라는 이름과 전혀 걸맞지 않게 그 동안 실어온 너절한 광고로부터의 독립이다. '옆에 있는 광고가 눈에 거슬리시나요? 프레시앙이 되시면 광고 없는 프레시안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라는 이 운동은, 간단히 말해 광고 없는 인터넷 기사 보기를 원한다면 회원으로 가입해 돈을 내라는 것이다. 종이신문을 볼 때 구독료를 내는 것처럼 인터넷 기사도 돈을 내고 보라는 말이다.

인터넷에서는 모든 걸 공짜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이 캠페인의 성공 여부를 장담하긴 어렵다. 하지만 비관적인 건 아니다. 콘텐츠만 좋다면 돈 내고 인터넷에서 신문 사보겠다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을 최근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언론의 인터넷 유료 구독자 증가가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의 복지 공약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5세까지 무상 보육, 무상 교육 확대, 의료비 상한제 등 대선 후보들이 한결같이 복지 확대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 약속대로라면 지금 연간 100조원 가까운 복지 예산을 해마다 30조원 이상 더 늘려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그 예산을 충당하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건 정부의 낭비를 줄이고 탈세를 좀더 잡아낸다는 식이 주류다. 과연 그것으로 얼마나 세원을 늘릴 수 있을까. 지금 한국의 대선 후보들과 비슷한 복지 확대, 예산 대책을 제시하며 집권한 일본 민주당 정부가 결국 세원에 쪼들려 주요 복지 정책을 취소하고 사과한 것만 보더라도 해답은 자명하다. 세금을 올리는 길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인 조세부담률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부자 증세도 해야 하고 소비세 같은 간접세도 올려야 한다.

늘어나는 복지 예산을 감당하려면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상식 수준의 논리를 대선 후보들이 모를까. 아닐 게다. 그보다는 세금 올리는 걸 좋아할 사람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세금 올리겠다고 대놓고 말하면 우수수 표가 떨어져 나갈 걸 알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을 뿐일 것이다.

예산 대책 없이 복지 공약을 남발하는 대선 후보들도 잘못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복지 확대를 원하면서 세금 더 내기 꺼려하는 유권자들에게 있다. 복지는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다.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세금으로 조금씩 더 내고 돌려 받는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은 공약(空約)이 돼 결국 유권자들에게 짜증만 안겨 줄 게 뻔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김범수 문화부 차장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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