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5월 시리아로 향하다 부산항에 정박한 중국 선박에서 북한이 제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부품을 적발한 뒤 이를 유엔 측에 알려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1718호(2006년), 1874호(2009년)에 따라 북한의 무기 관련 물자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적발된 부품이 북한산으로 판명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유엔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5월 중순 부산항에 정박 중이던 중국 상하이 소재 선박회사의 화물선 신옌타이호에서 흑연 실린더 445개가 발견됐다. 흑연 실린더는 로켓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안으로 진입할 때 열에 견디기 위해 로켓 앞부분에 장착한 노즈팁에 사용되는 부품이며 사거리 600㎞ 이상 미사일에 사용된다.
한 관계자는 "북한의 스커드 C급 미사일(사거리 550~800㎞) 정도면 흑연 실린더가 들어간다"며 "북한은 이보다 성능이 뛰어난 노동미사일(사거리 1,200㎞)을 1990년대 초반부터 시리아에 수출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시리아는 1966년 수교 이래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벌이는 조사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적발된 부품이 실제 북한에서 만든 것인지를 놓고 내부 의견이 분분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패널은 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과 한국, 일본으로 구성돼 있는데 합의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조사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다.
이번 적발로 중국 측도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에도 북한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에 사용된 장거리 미사일 발사대와 운반용 트럭이 중국산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북한은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장벽에 막혀 주로 중국 다롄(大連) 등을 통해 무기를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산, 청진 등 북한의 항구를 이용할 경우 미국 위성에 의해 선박 경로가 포착되지만 중국까지 육로로 이동하면 위성 추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 과정에서 무기 부품을 해체하고 현지에서 다시 조립하는데다 제3국의 화물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 시리아를 비롯한 아랍권의 국가와 테러 집단이 북한 무기의 주요 고객으로 알려져 있으며 연간 무기 수출 규모는 2억 달러에 달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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