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범 특별검사팀이 14일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자금 12억원을 편법으로 증여받은 것으로 결론 내린 것은 김윤옥 여사의 서면진술과 시형씨의 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청와대는 이날 특검팀의 수사결과 발표 후 '시형씨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김윤옥 여사가 대신 갚아줄 생각도 했었다'는 가정적인 의사만을 토대로 증여로 단정한 것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특검팀의 판단은 달랐다.
청와대는 그동안 시형씨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시형씨가 사저 부지에 대한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매입 주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청와대의 해명은 오히려 특검팀이 편법증여라는 새로운 결론을 도출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김 여사는 지난 13일 제출한 서면진술서를 통해 시형씨의 장래를 생각해 사저 부지를 시형씨 명의로 구입하되, 시형씨가 부지 매입자금을 갚지 못할 경우 자신 소유의 서울 논현동 땅을 매각해 변제할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김 여사가 시형씨에게 매입자금을 증여할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연봉이 5,000만원에 불과하고 자신 소유의 재산이 없다는 점, 평소 김 여사로부터 차량구입비와 용돈 생활비 등을 지원받았던 점을 근거로 시형씨가 11억2,000만원에 달하는 사저 부지를 매입할 자금력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시형씨도 특검 조사에서 대출금과 차용금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고 자인했다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 또 시형씨가 큰아버지 이상은(79) 다스 회장에게서 빌린 6억원도 차용증 원본 파일을 확보하지 못해 증여 의사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어머니 김 여사와 큰아버지 이 회장으로부터 부지 매입자금을 편법으로 증여받아 내곡동 부지의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게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특검팀이 이처럼 시형씨와 김 여사의 돈 거래를 편법증여로 결론 내렸지만 이들을 법정에 세우지는 못한다. 증여로 판단한 것은 어디까지나 특검팀의 판단일 뿐 최종 판단은 세무당국의 몫이다. 특검팀은 서울 강남세무서에 증여세 부과 등 적정한 처분을 내리도록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세무당국의 조사 결과 증여세 포탈 혐의가 인정된다고 해도 검찰 고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연간 포탈 세액이 5억원을 초과해야 고발이 가능한데 이번 사건의 포탈 세액은 최대 4억8,000만원이다. 국세청이 증여로 판단하지 않을 경우 아예 세금 부과 없이 사건이 마무리된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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